한국 제조업은 올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재고 쌓이고, 공장 가동 '뚝뚝'…한국 제조업 '내우외환'에 몸살
지난 2월의 제조업 가동률 70.3%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재고율은 올 5월 117.9%까지 치솟았는데 이보다 안 좋았던 때를 찾으려면 1998년 9월(122.9%)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재고율이 높다는 것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인다는 뜻이다. 현재의 설비·노동력 조건에서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13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1년 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업황이 나쁘니 고용이 좋을 수 없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4월부터 17개월 연속 감소했다.

요약하면 △제품 판매가 안 돼 △재고가 쌓이고 △공장 가동이 줄고 △설비와 고용을 정리하는 기업까지 속출해 △생산능력이 하락하는 흐름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2분기에도 0.8% 감소했다.

제조업 부진의 배경엔 세계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인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 부진은 내부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반도체 이외 주력 산업의 경쟁력 하락이다.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은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는데 기술력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실패하면서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1.2% 증가했으나 반도체·전자부품을 빼면 1.5% 줄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도 제조업 부진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시행된 최저임금과 법인세율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경영 비용이 급격히 올라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공정거래, 산업안전, 화학물질 등 규제 강화도 경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해외 투자는 증가일로에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올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50억10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반면 국내 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내림세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