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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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인식되는 미세먼지 문제로 공기청정기가 전통 가전을 제치고 ‘신(新)가전’으로 떠올랐다. 불과 몇 년 전 거실 한쪽을 차지했던 공기청정기는 이젠 침실과 아이들 공부방에도 하나씩 놓아야 하는 가정 내 핵심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일시불 판매시장과 렌털시장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던 시장에 다이슨 등 글로벌 기업이 가세한 데 이어 웅진코웨이 교원 등 ‘렌털 강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4년 50만 대에 불과하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올해 300만 대 규모로 5년 만에 여섯 배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렌털 비중은 전체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실과 가정 내 다양한 공간 속 필수 가전이 되면서 비용 부담과 필터 관리 등의 필요성이 렌털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을은 공기청정기 시장의 최대 성수기다. 대기업과 중견 렌털업체 간 시장 쟁탈전도 치열하다. 필터 성능을 강화하고, 불경기를 감안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업체들의 마케팅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다이슨 등 대기업 가세

가을 공기청정기 렌털 전쟁…필터냐 VS 가성비냐
최근 가전업계의 이슈는 다이슨의 한국 맞춤형 공기청정기 출시다. 지난달 다이슨에서 선보인 ‘퓨어 쿨 크립토믹’은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실내 공기질에 민감하고 청소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특화한 제품이다. 삼성과 LG전자는 차별화한 필터 성능을 앞세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수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열린 대규모 렌털 행사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공기청정기 ‘무풍큐브’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무풍큐브’는 여과식 필터에 극성을 지닌 정전커버를 추가해 정전기의 힘으로 먼지를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국제 성능인증기관인 인터텍(intertek)으로부터 집진 효율 등을 검증받았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LG전자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흡입하고 내보내는 장치인 팬(fan)의 모양을 바꿔 더 넓은 공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청정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필터를 기존보다 30% 더 촘촘히 해 황사와 초미세먼지, 알레르기 유발 물질, 5대 유해가스 등을 제거하는 ‘6단계 토털케어 플러스’ 기능을 적용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은 팽창하는 렌털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대규모 렌털 행사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공기청정기 큐브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가 10여 년 전 정수기 렌털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하면서 삼성전자의 렌털시장 진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렌털로 무게중심 이동

수십 년간 렌털사업을 해온 중견기업들은 사업 노하우와 자체 서비스 전문인력이 최대 강점이다. 중견 렌털업체들은 최근 강화된 필터 성능과 가성비를 앞세워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렌털 1위인 웅진코웨이는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한 ‘초미세 더블 집진필터’를 사용한 ‘벽걸이 겸용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일반적인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직선형 초미세먼지 집진필터와 달리 초미세먼지 집진필터 두 개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공기의 접촉 면적을 넓히고 초미세먼지를 두 번 걸러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황사필터, 새집증후군필터 등 상황에 따라 맞는 필터를 고를 수 있고 제품을 벽에 걸 수도 있다. 국내 최대 인력인 1만3000명의 코디가 주기적으로 밀착 관리하는 것도 웅진코웨이만의 강점이다.

렌털업계 후발주자인 교원그룹과 SK매직 등도 공기청정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교원그룹에서 선보인 ‘웰스 제트 블루’ 공기청정기엔 독자 개발한 ‘사계절 특화 필터’가 들어갔다. 관리 인력인 웰스매니저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문해 가을엔 알레르기필터 등 계절에 맞는 필터로 갈아주며 세심하게 살핀다.

SK매직의 ‘코어 공기청정기’는 전용 40·44·55㎡ 등 다양한 면적에 맞는 라인업으로 구성돼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전면부에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로로 넣는 등 인테리어까지 신경 썼다.

공기청정기 시장이 렌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큰 차이 없는 성능 대비 가성비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선 ‘커피값과 비슷한 렌털료’란 공격적인 광고 카피까지 등장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