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네이버가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대규모 마케팅비를 쏟아낸 자회사 라인(LINE)이 네이버의 발목을 잡았다.(사진=연합뉴스)
네이버가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대규모 마케팅비를 쏟아낸 자회사 라인(LINE)이 네이버의 발목을 잡았다.(사진=연합뉴스)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정치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포털 실검 논란을 문제 삼으면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정치권 중심으로 실검 폐지론이 불거지는 상황. 그간 "실검 조작이나 개입은 없다"고 강조해온 네이버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 "네이버 실검, 이용자에 쉽게 노출"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실검 전쟁, 여론 조작의 모든 책임을 포털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물론 네이버도 책임 논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구글, 바이두와 비교하면 네이버 실검은 너무 전면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실검은 글로벌 포털 업체와 어떻게 다를까. 기자는 네이버와 구글, 야후, 바이두 홈페이지에 차례로 접속해 검색어 순위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네이버는 첫 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실검을 안내하고 있다. 상위 1~20위 검색어를 하나씩 순서대로 보여준다. 검색어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대면 전체 순위를 볼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선 검색어 순위와 추이를 연령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제공한다. 날짜, 시간을 지정해 과거 데이터 조회도 가능하다.

9월30일 오후 10시40분 기준 네이버 실검에는 '홍정욱' '사천잔치국수' '온라인 탑골공원' '드라마 녹두전' '장동윤' '김용태' 등이 올랐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 화면 갈무리
◆ 구글·바이두, 실검 찾으려면 최소 2번 클릭

구글은 구글 트렌드를 통해 '최근 인기 검색어(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제공한다. 첫 페이지는 검색창만 존재해 찾아볼 수 없다. 기자는 '날씨, 지도, 구글' 등을 검색했지만 구글 트렌드 페이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검색, 실시간 검색어, 구글 트렌드' 등 직접 연관된 단어를 검색해야 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같은 시각 구글의 최근 인기 검색어에는 '홍정욱' '설리' '고양이' '태풍 미탁' '김비오' '류현진' '개천절' '손흥민' 등이 포함됐다. '홍정욱' 키워드가 네이버 실검과 겹쳤다.

구글은 최근 24시간 동안 모든 검색에서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한 검색어를 최근 인기 검색어로 표시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야후의 경우 미국·일본 홈페이지를 참고했다. 야후코리아는 2012년 한국 사업을 철수하며 사이트를 폐쇄했다. 야후 미국·일본은 모두 첫 화면에서 '현재 인기 검색어(Trending Now)'를 표시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 야후는 1~10위 검색어를 화면 오른쪽 상단에, 일본 야후는 오른쪽 하단에 1~5위 검색어를 배치한 정도다.

바이두의 첫 화면은 구글과 구성이 비슷하다. 검색창만 있다. 인기 검색어는 두 번째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검색 결과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서 최근 인기 검색어를 안내한다.
구글 '최근 인기 검색어' 갈무리
구글 '최근 인기 검색어' 갈무리
◆ 네이버 "실검, 인위적 조정·개입 없다"

정치권이 유독 네이버 실검을 문제 삼는 것은 조국 장관과 관련한 '실검 전쟁'이 국내 포털 업계 1위 네이버를 무대로 했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2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한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 앞서 네이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지난달 5일 "실검 조작을 방치하지 말라"며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은 "실검에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 사용이 의심된다. 실검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는 "실검 선정에 인위적 조정이나 개입은 없다"고 항변했다. 매크로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검은 단위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 "일정 시간 내 큰 폭으로 상승한 검색어 순위를 집계하므로 실제로 입력 횟수가 많은 '최다 검색어'와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령 '네이버'라는 단어는 많이 검색되지만 기준 시간당 검색 횟수 비율에 큰 변화가 없어 상위 순위에는 오르지 못하는 식이다. 또 실검 순위에 이미 노출된 검색어를 클릭하면 검색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검색창에 직접 입력하거나 자동 완성된 검색어만 집계된다. 동일인이 특정 기준시간에 같은 검색어를 두 번 이상 입력한 경우도 한 번 입력한 것과 동일하게 계산된다.
중국 바이두는 검색 결과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서 최근 인기 검색어를 안내한다.(사진=바이두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바이두는 검색 결과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서 최근 인기 검색어를 안내한다.(사진=바이두 홈페이지 갈무리)
◆ "실검 위치 바꾸는 방안도 고려 필요"

실검 폐지론에 대해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실검은 정치나 사회 이슈를 반영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다. 정치색이 다르거나 짙다는 이유로 무조건 서비스를 폐지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업 영역에 정치권 개입이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동규 교수는 "(네이버가) 구글이나 바이두처럼 화면 내 실검 위치를 바꿔 접근 단계를 늘리면 실검 순위에 따른 여론 조작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