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앞두고 美에 '새로운 계산법' 압박…"협상력 제고 의도"
SLBM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美에도 위협…반응 주목
北, 실무협상발표 13시간만에 SLBM추정체 발사…'기싸움' 가열
북한이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서 5일 진행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북한이 SLBM 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1일 오후 5시 넘어 북미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한 지 불과 13시간여밖에 지나지 않은 2일 오전 7시 11분께다.

북한은 최근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왔지만, 잠수함이 적진 깊숙이 은밀하게 파고들어 수중에서 쏘아 올릴 수 있는 SLBM은 일각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데서 보듯 도발의 성격이 한층 짙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협상에서 북한이 수긍할만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지 않으면, 도발의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발사 의도와 관련, 전날 국군의날에 한국이 최신 전력들을 선보인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과 함께 "(실무협상에서)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그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외에도) 많은 국가가 단거리 미사일 보유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에는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 영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SLBM은 잠수함으로 은밀히 접근해 쏘아 올리기 때문에 사거리가 짧더라도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과는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과 실무협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과는 달리 미국은 실무협상 날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SLBM 발사로 인해 미국이 협상을 다소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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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당장 일본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 2발 중 한 발이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며 국제사회와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으로, 엄중하게 항의하고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연대하면서 엄중한 경계 태세 아래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8월 SLBM을 발사한 직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SLBM 발사를 포함한 4건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SLBM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일반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는 엄중하게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