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농가 5만7천여마리 살처분 대상…전체 52.2%
농가들 "지역 양돈산업 초토화 하는 것 아닌가" 우려


경기도 파주에서 지난달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확진을 받은 뒤 보름 만에 이 지역 돼지 사육두수가 절반 아래로 줄어들게 됐다.
파주지역 돼지열병 발생 보름만에 사육두수 '반토막'
일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일 파주에서만 2건이 잇따라 확진되면서 돼지 살처분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파주는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을 받았다.

이어 같은 달 24일 적성면에서도 한 차례 더 확진을 받았지만, 이후 추가 확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날 새벽 파주 파평면 소재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데 이어 이날 낮 파주시 적성면 돼지 농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이 파주에서만 4건, 국내 전체로는 총 11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적성면에서는 지난달 24일에 이은 두 번째 확진이다.
파주지역 돼지열병 발생 보름만에 사육두수 '반토막'
이날 확진 판정으로 파주지역의 살처분 돼지 수도 더 늘어나게 됐다.

파평면 발생 농가에서 돼지 2천400여마리를 기르고 있고, 반경 3㎞ 내에 9개 농장에서 1만2천123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적성면에서는 발생 농가의 사육 돼지가 18마리에 불과하지만 반경 3㎞ 내에는 2개 농장에서 2천585마리를 키우고 있다.

두 지역의 살처분 대상 돼지를 합치면 13개 농장 1만7천127마리나 된다.

파주에서는 전날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19개 농장의 돼지 4만416마리가 살처분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 파주 지역에서는 91개 농장이 총 11만317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는데, 이번 돼지열병으로 전체의 52.2%인 5만7천543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된다.

파주지역 돼지 절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지역 양돈 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돼지를 하루아침에 땅에 묻어야 하는 현실에 망연자실하며, 돼지열병이 파주 전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파평면의 양돈농장주 이모(47)씨는 "ASF가 발생한 지 보름이 조금 넘었는데, 방역 당국은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파주지역의 돼지는 절반이 죽어 나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원읍의 한 농장주는 "언제 우리 농장도 돼지열병이 전염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시간만 끌다 지역 양돈 산업이 초토화 하는 것이 아닌지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살처분 규모가 큰 것은 정부가 올해 7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하면서 대응 수위를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파주지역 돼지열병 발생 보름만에 사육두수 '반토막'
종전에는 돼지열병 발생농장 돼지는 즉시 살처분하지만 500m 내 농장은 검역본부장의 요청이 있을 때 시·군에서 살처분을 결정하도록 했다.

개정 이후에는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농장 500m 내 농장 돼지를 즉시 살처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달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범위를 확대해 3㎞ 내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