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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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고객의 권리가 가장 존중받는 사회였다. 하지만 자신의 극단적인 이익을 위해 진상을 부리는 고객들이 늘면서 '손님이 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우위 권력에 있는 자가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사회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이나 점주에게 욕설뿐만 아니라 과잉된 서비스를 바라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A 씨는 일부 손님들의 '슈퍼 갑질'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배X의 민족', '요X요' 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카페 운영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A 씨는 맛과 위생 등 서비스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해당 배달 앱을 통해 '선(先) 리뷰' 이벤트도 진행했다. 음식 결제 시 요청란에 '리뷰를 작성하겠다'고 쓰면 추가 메뉴를 서비스하는 이벤트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가 A씨에게 독이 됐다.

A 씨는 "주문 때 리뷰 작성하겠다고 하곤 음식을 받고는 안 써주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이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아 중단했는데도 리뷰를 쓰겠다며 서비스 달라는 고객도 있다. 서비스 드리지 않으면 리뷰를 나쁘게 작성할까 봐 무서웠다. 심지어 아메리카노 3잔을 주문하고 설탕 시럽 10개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비가 많이 내리던 주말이었다. 베이커리 메뉴에 소스가 하나 빠져서 배달이 됐다. 고객의 전화를 받은 A 씨는 너무 죄송한 마음에 "바로 다시 보내드리겠다"며 서비스까지 챙기려 했다.

그런데 고객은 "리뷰 쓸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린 것. 다시 전화를 하니 "이미 다 먹어서 됐다"면서 "이 집은 형편 없다고 리뷰 쓸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배달 대행을 쓰지 않고 해당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음료 서비스를 건넸고, 학생으로 보이는 고객에게 굽신굽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잘 넘겼다 싶었는데 카페로 다시 전화가 왔다. 고객은 "서비스로 준 커피는 못 먹는다. 빵을 다시 주거나 환불해 달라. 그럼 리뷰 안 쓰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잘 했다는 건 아니다. 사람이니 저희도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전화로 다시 갖다 준다는 것도 거절해놓고, 서비스 음료 받은 후 환불 요청이라니. 사과할 때 얼마나 진심을 다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이어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사과할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진다. 리뷰로 부족한 점 체크하고, 잘못했을 땐 늘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다시 해드렸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배달 리뷰 서비스가 이렇게 새로운 갑질을 하는 수단이 되니 자영업 한 것을 후회한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리뷰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 모든 리뷰가 다 좋을 순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지 않나",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대처가 중요한거다. 그렇게 정직하게 사과하셨다면 할 일은 다 했다", "진상 짓도 받아주면 소문난다. 진상 고객들 몰려 올 테니 조심하라", "리뷰에 반박하려면 날카롭게 쓰지 말고 차분하게 설명하면 이성적인 손님들은 다 이해한다", "진상 짓 하면 주문 취소 해버려라", "진상 손님이 거짓말로 리뷰 남길 때 비꼬지 말고 사실대로 정직하게 댓글 달면 추후 다른 손님들이 볼 때 다 간파한다"는 등의 댓글로 조언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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