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욕구 파악해야 협상 술술 풀린다
우리는 매일 협상 속에서 살아간다. 동료와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도 협상이다. 부부간에 가사를 나누는 것도 협상이다. 세일즈맨처럼 협상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우리가 하는 의사소통 대부분은 협상이다. 즉, 협상은 서로 간에 원하는 바를 얻어내서 가치를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는 의사소통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협상의 법칙> 저자인 허브 코헨은 인생사의 8할이 협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협상’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떠올릴까. ‘국가 간 FTA, 연봉 협상, 노사 간 단체교섭, 북핵 협상, 인질 협상, 부동산 매매 협상’ 등. 대개 중요하고 복잡한 주제를 두고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식적인 대화를 떠올린다. 원칙과 규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협상이란 방침을 우회하거나 위배하는 행위로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지루한 줄다리기나 골치 아픈 계산 혹은 극한의 감정 대립 상황을 떠올리곤 한다. 이는 협상을 너무 좁은 의미로 본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의사소통의 많은 부분이 일종의 협상이다.

협상에 능한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 있다. 그들은 협상 시 상대가 요구하거나 주장하는 것만 보지 않는다. 상대가 어떤 요구나 주장을 하는 이유와 동기 또는 속내, 즉 욕구를 살핀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협상을 한다. 그런데 상대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가 원하는 것부터 줘야만 한다.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바가 바로 욕구다.

상대 요구보다 욕구에 초점을

“아저씨, 사이다 한 병 주세요”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게에 들어오면서 말한다. 하지만 사이다가 떨어지고 없다. 사이다 달라는 말은 그 청년의 요구 또는 주장이다. 가게 주인이 요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사이다 떨어졌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이다는 없지만 시원한 이온음료 있어요”라고 제시해야 한다. 청년의 욕구는 갈증 해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이 이온음료를 사면, 그는 갈증을 해소하고 주인은 물건을 팔아서 좋다.

하지만 협상하면서 욕구보다는 요구에만 집중해서 낭패를 보곤 한다. 협상할 때는 긴장하거나 감정이 격앙돼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협상은 서로의 요구가 합의되지 않을 때 시작된다. 서로의 주장이 일치한다면 협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의 예에서 청년은 사이다를 원하지만, 주인은 사이다가 떨어져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년의 욕구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이고, 주인은 물건을 팔아 이문을 남기는 것이다. 주인은 이온음료라는 대안을 제시해 양측의 욕구를 충족시켜 협상을 타결시켰다.

욕구는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로 나뉜다. 직접적 욕구란 상대의 요구나 주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욕구다. 간접적 욕구란 상대의 요구나 주장에 직접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상대방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는 욕구다. 상대가 원하는 걸 주고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앞의 예에서 갈증 해소는 직접적 욕구다. 만일 주인이 “이온음료가 1+1 행사하고 있는데요”라고 말했다면, 청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것이 간접적 욕구다.

직접욕구와 간접욕구를 파악

상대의 직접적 욕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주장이나 요구를 하면 그것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면 된다.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기가 어렵다면 그를 잘 알 만한 제3자에게 알아볼 수 있다. 또 상대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그와 관련 있는 자료를 검토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간접적 욕구는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혜택이나 위험이 무엇인지 고민해 찾아낼 수 있다. 내가 제시하는 주장을 상대가 받아들일 때 그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이나 혜택을 알려주면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또 상대의 주장대로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짚어주고, 내 주장을 따르면 그러한 위험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간접적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다.

프린터, 복사기, 팩스가 결합된 복합기 영업을 하는 세일즈맨이 있다. 고객이 대당 350만원짜리 복합기 10대를 대당 300만원에 납품해달라고 요구한다. 세일즈맨 입장에서는 대당 50만원씩 할인해주기보다는 마진이 높은 500만원짜리 신형 복합기를 파는 것이 더 이익이다.

세일즈맨은 고객을 찾아가 질문을 통해 욕구를 파악한다. 건물의 5개 층을 사용하는 고객사는 한 층에 2개 부서가 있고, 복합기를 각 층에 2대씩 설치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 층에 왜 굳이 2대를 설치하려 하는지를 묻자, 부서별로 출력물이 섞여서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일즈맨은 출력물을 자동분류해주는 신형 복합기를 설치한다면 한 층에 한 대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고객은 출력물이 섞이는 문제 해결이라는 직접적 욕구가 채워지고, 총비용이 3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줄어드는 간접적 욕구도 충족된다. 세일즈맨은 과도한 가격 할인을 해주지 않아도 되니 서로 만족하는 협상이 된다.

상대방의 욕구 파악해야 협상 술술 풀린다
이처럼 상대의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를 파악하면 협상을 풀어가기 쉬워진다. 협상에 임할 때는 자신의 욕구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협상에서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과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반드시 얻을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를 확인하고 협상에 임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권상술 피플앤비즈니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