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8명꼴 살해…추가 자백시 더 늘어날수도
9차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모두 40여 건의 살인·강간·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56)씨는 한국 범죄사에서 가장 많은 횟수의 강력사건을 벌인 단일 범죄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모두 10차에 이르는 화성사건 중 모방 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9차례 범행을 직접 했다고 자백했다.
또 화성 사건 외에도 5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고, 30여 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직접 했다고 시인했다.
여기에 검거의 계기가 된 처제 살인까지 포함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15명으로 늘어난다.
그가 자백한 40여 건의 강력범죄는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다.
이를 범행 기간에 따라 산술적으로 나눠보면 그는 8년 동안 매년 1.88명을 살해하고 3.75명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 한 셈이다. 범행 횟수를 기준으로 보면 역대 연쇄살인범 중 가장 많다.
과거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 중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건은 1982년 순경 우범곤이 경남 의령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마을 주민 56명을 연달아 살해한 사건이다.
현직 경찰이 동거녀와의 갈등을 발단으로 예비군용 총기를 무단 반출해 무수한 피해자를 낳았지만, 우 순경의 범행은 장기간에 걸쳐 범행과 냉각기를 반복하는 연쇄살인이 아닌 우발적 계기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저지른 연속살인이어서 이 씨가 저지른 화성사건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 씨 이전에 가장 많은 범죄를 저질렀던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는 계기가 된 유영철이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개월여 동안 출장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뒤 사체 11구를 암매장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유영철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은 1975년 8월∼10월 수원과 평택, 양주 일대에서 17명을 살해한 김대두다.
그는 금품을 목적으로 경기도의 외딴집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삼아 일주일 사이에 11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다음으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한 정남규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울산 등에서 부유층 9명을 살해한 정두영이 뒤를 잇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씨의 범행이 긴 시간 동안 40여 차례나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를 꼽았다.
성에 대한 집착증을 가진 이 씨가 연달아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장시간 경찰 수사망에 걸리지 않으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낮아지고 대담성은 높아져 점차 살인을 즐기는 단계로 이어졌을 거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점점 더 심한 범행을 저지르는 데도 체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씨에게 굉장한 의미부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가 점점 더 대담해져서 흉기를 들고 남의 집에 쫓아 들어가거나 친족인 처제를 살해하는 등 더욱더 과감한 수법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