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6명 목숨 앗아간 우면산도 산 정상 군부대 배수문제 원인 지목
이수곤 교수 "도심 산사태, 사람이 건드려 발생"
산사태 전문가로 통하는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3일 4명이 매몰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가 인재일 가능성이 크고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양상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 사진을 보면 산 정상에 예비군훈련장이 있고 비탈에서 다량의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 7월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판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면산 산사태 때도 산 정상에 공군 부대가 있었고 배수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구평동 산사태 역시 예비군훈련장 배수 문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군훈련장에 배수로가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몰려 넘치면 경사진 비탈로 물이 넘쳐 토사가 흘러내릴 수 있다"며 "비탈에 축대벽이 설치됐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산사태 현장 주변에 텃밭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텃밭을 개간하면 물이 지반에 더욱 잘 침투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도시 산사태는 예외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이 자연을 건드려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산을 깎는 것은 좋지만 기존 물길을 바꾸는 만큼 배수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유사하게 산사태가 재연돼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는 "군부대는 국방부 담당이라 지자체가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산 정상에 위험요소가 있지만 산 아래에 사는 주민은 전혀 모르고 산사태가 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산사태가 발생한 산 정상에 있는 사하구 예비군훈련장이 1980년 6월 산을 깎아 조성됐다.

산사태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산사태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논문을 다수 발표한 이 교수는 이날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