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지연된 곳도 3곳
추가투입한 돈 9조4000억원
지연 사유로는 예산 부족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 SOC 예산이 줄면서 돈이 찔끔찔끔 배정돼 공사가 지연된 사례다. 이어 주변사업 연계 5건, 지진 등 자연재해 3건, 지역민원 2건 등이었다.
2008년 첫삽을 뜬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166.3㎞) 건설사업은 준공 시기가 2014년에서 2022년으로 늦어졌다. 예산이 부족해 포항~영덕(2008년), 영덕~삼척(2014년) 두 구간으로 나눠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사업비는 2조4410억원에서 3조3141억원으로 1조원가량 증가했다. 2003년 착공한 부산~울산 복선전철(65.7㎞)은 재정투입 효율성을 고려해 단계별 개통을 추진하면서 공사가 11년이나 지연되고 있다. 2010년으로 예정된 개통일이 2021년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준공 예정이던 서해선 홍성~송산(90㎞)도 같은 이유로 개통일이 2022년으로 늦춰졌다.
지방자치단체 요구로 사업이 늦어지기도 했다. 1975년 계획한 수인선(수원~인천, 52.8㎞)은 계획 수립 40년째 공사가 안 끝났다. 1998년 착공한 이 사업의 개통일은 2008년에서 2020년으로 늦어졌다. 수원시가 지역 주민 민원을 반영해 고색동~오목천동(2.99㎞) 지하화를 요구했으나 이에 필요한 예산(1122억원)을 마련하지 않아 2년 넘게 지연된 탓이다. 수원시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키로 하면서 공사는 재개됐으나 이번에는 1공구 시공사(경남기업)가 2015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공사가 중단됐다. 그 기간 사업비는 5710억원에서 2조5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운행을 시작한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도 20년 만에 개통했다. 철도가 지나는 경기 부천시·안산시·시흥시 등 각 지자체가 서로 비용을 적게 내겠다며 갈등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예산 부족을 공기 지연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SOC 예산을 매년 10% 가까이 줄이고 있는 만큼 공사비 확보가 쉽지 않다”며 “사업 초기부터 예산 확보 계획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성/이유정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