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유목민의 삶…'카자흐스탄판 서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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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부산국제영화제…개막작 '말도둑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상영과 함께 막을 올렸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사진)은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일본 리사 다케바 감독이 공동 연출한 ‘카자흐스탄판 서부극’이다. 말을 팔기 위해 장터로 가는 길에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아내와 아들, 8년 전 소식 없이 떠났던 또 다른 남자가 아내 앞에 나타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히말라야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친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날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리사 다케바와 칸에서 만나 시나리오를 보여준 뒤 공동 연출하게 됐다”며 “일본이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공동 제작에 관심이 많아 성사됐다”고 말했다.
말도둑들이 주인을 살해한 뒤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이 말몰이꾼과 함께 이사를 떠난다. 그들은 우연히 문제의 도둑들을 만나 운명적으로 대결한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정의를 집행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말 예슬라모바가 아내로, 일본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말몰이꾼 역을 맡았다. 아내 역으로 절제된 연기를 펼친 예슬라모바는 “어떤 영화에서든 감독의 성향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케바 감독은 “일본 배우 미라이의 연기 지시와 함께 좀 더 영화가 객관적으로 전개되도록 신경썼다”며 “가족은 항상 함께해야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케바 감독은 카자흐스탄 촬영현장이 일본과 사뭇 달랐다고 술회했다. 일본에서는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카자흐스탄인들은 유연성을 많이 발휘했는데, 마치 유목민족의 경이로움 같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아지즈 잠바키예프가 촬영을 담당했다. 와이드스크린의 미학을 구현한 게 인상적이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목가적인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와이드스크린과 롱샷의 미학을 활용해 담았다”며 “절제된 감정 표현과 뛰어난 영상미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날 개막작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85개국 303편이 상영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말도둑들, 시간의 길’(사진)은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일본 리사 다케바 감독이 공동 연출한 ‘카자흐스탄판 서부극’이다. 말을 팔기 위해 장터로 가는 길에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아내와 아들, 8년 전 소식 없이 떠났던 또 다른 남자가 아내 앞에 나타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히말라야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친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날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리사 다케바와 칸에서 만나 시나리오를 보여준 뒤 공동 연출하게 됐다”며 “일본이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공동 제작에 관심이 많아 성사됐다”고 말했다.
말도둑들이 주인을 살해한 뒤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이 말몰이꾼과 함께 이사를 떠난다. 그들은 우연히 문제의 도둑들을 만나 운명적으로 대결한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정의를 집행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말 예슬라모바가 아내로, 일본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말몰이꾼 역을 맡았다. 아내 역으로 절제된 연기를 펼친 예슬라모바는 “어떤 영화에서든 감독의 성향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케바 감독은 “일본 배우 미라이의 연기 지시와 함께 좀 더 영화가 객관적으로 전개되도록 신경썼다”며 “가족은 항상 함께해야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케바 감독은 카자흐스탄 촬영현장이 일본과 사뭇 달랐다고 술회했다. 일본에서는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카자흐스탄인들은 유연성을 많이 발휘했는데, 마치 유목민족의 경이로움 같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아지즈 잠바키예프가 촬영을 담당했다. 와이드스크린의 미학을 구현한 게 인상적이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목가적인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와이드스크린과 롱샷의 미학을 활용해 담았다”며 “절제된 감정 표현과 뛰어난 영상미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날 개막작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85개국 303편이 상영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