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지난달 생산량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내수 부진에 노조의 장기 파업이 겹친 탓이다. 한국GM의 ‘생산절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공장 일부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파업 직격탄…16년前으로 돌아간 한국GM 생산량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1만7491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달(3만2819대)보다 46.7% 급감했다. 이 회사의 월 생산량이 2만 대를 밑돈 건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5년 동안 한국GM의 월평균 생산량은 4만~5만 대 수준이었다. 한때는 월 생산량이 8만 대를 넘은 적도 있다.

한국GM 생산량 급감의 원인은 장기 파업에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12일간 파업했다. 이 중 3일은 전면 파업이었다. 한국GM 노조가 전면 파업을 한 건 200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뒤 처음이다. 총 파업 시간은 124시간에 달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 미 본사(GM)가 한국 공장 배정 물량을 축소할 수 있어서다. 한국GM이 생산한 차량 가운데 70~80%는 수출된다. 수출 차량 생산량은 미 본사가 결정한다. 본사가 생산 차질을 우려해 물량 일부를 다른 나라 공장에 배정하면 한국 내 생산량이 줄어든다.

미 GM은 이미 물량 이전을 경고한 상태다.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본사 경영진은 한국GM 노조 파업에 매우 실망했다”며 “파업을 계속하면 한국에서 생산할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 딜러들이 주문한 차량을 한국GM이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본사가 물량 이전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GM은 지난달부터 주문 시한을 맞추기 위해 차량 선적 일정을 재조정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노조가 이달에도 파업을 이어가면 수출 지연 사태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8일까지 파업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회사 측이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14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낸 한국GM 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