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정유업종 대표주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재고평가이익 소멸과 업황 악화 등이 악영향을 끼치며 3분기 들어 반등한 정제마진(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비, 운반비 등을 제외한 값)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정유주가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분기를 바닥으로 보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적전망 부진한데…정유株 목표가는 '철벽'
악화한 3분기 실적 추정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원(1.81%) 떨어진 1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GS에쓰오일도 각각 2.07%, 1.11% 하락했다. 정유주들은 올해 업황 악화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8월 들어 반등했지만 9월 중순 들어 3분기 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상승세가 꺾인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유주에 대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67억원으로 1개월 전 전망치(4125억원)보다 13.5% 떨어졌다. 3개월 전(5100억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0.1%에 달한다.

일부 증권사는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어닝쇼크’를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007억원으로 3개월 전(2796억원)보다 28.2% 떨어졌다. 같은 기간 GS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0.8% 감소한 5071억원을 나타냈다.

정유주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3분기 들어 반등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올 2분기 배럴당 3~4달러를 오가던 정제마진은 3분기 6달러대로 회복했다. 2분기부터 하락한 유가 영향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과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정제마진 회복분을 상쇄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평균 61.78달러로 한 달 전(69.38달러)보다 7.6달러 하락했다. 7월에 63.28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8월에는 59.13달러로 다시 떨어졌다.

함형도 IBK투자은행 연구원은 “2분기부터 떨어진 유가가 재고평가손실을 일으키며 실적 증가에 부담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컨센서스 하락폭이 가장 큰 SK이노베이션은 화학부문의 파라자일렌(PX) 마진율(스프레드)이 업황 부진으로 축소된 영향도 받았다.

‘예열 끝’ 4분기 기대감

3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서도 목표 주가는 유지되고 있다. 4분기 호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공감대다. 정유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3분기 실적 발표 전후의 조정기를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9월 넷째 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8달러대로 올라섰다. 통상 정유주의 손익분기점이 5~6달러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여기에다 4분기엔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황 선박유 규제(IMO2020)를 앞둔 선주문 물량이 나온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마진율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지금의 정제마진에 IMO2020 효과(배럴당 2~3달러)를 최소로 더해도 정제마진이 10달러를 넘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제마진 10달러대는 역사적 고점으로 평가된다.

에쓰오일은 정제마진 개선의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MO 효과로 인한 2020년 경유 수요 증가 폭이 3.2%에 달할 것”이라며 “수요 개선에 따라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 상승한 과거 사례가 내년에 재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4분기 정유부문 이익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4분기에는 IMO 효과로 정유부문 이익이 19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