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20년 뒤 지금의 세 배, 30년 뒤엔 다섯 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계됐다. 1034만원인 올해 평균 세(稅) 부담이 2040년에는 3000만원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50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2030세대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커질 ‘세금 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인구 감소와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국민 1인당 세부담이 올해 1034만원에서 2050년 4817만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지난달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에서 연금 수급자가 상담을 받는 모습.   한경DB
인구 감소와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국민 1인당 세부담이 올해 1034만원에서 2050년 4817만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지난달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에서 연금 수급자가 상담을 받는 모습. 한경DB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뢰로 ‘2020~2050년 재정 추계’를 한 결과, 2050년 조세총액은 1221조1000억원으로 올해(387조8000억원)의 세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2050년 2535만 명)로 나눈 1인당 조세 부담액은 4817만원으로 추산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세금 낼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정부의 복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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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조세 부담액은 해마다 평균 5.1% 늘어 2030년 1798만원, 2040년에는 3024만원으로 뛸 것으로 전망됐다. 세 부담이 20년 뒤에 세 배로, 30년 뒤엔 다섯 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0%를 유지하고,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가채무 비율 40%’를 유지하는 경우를 가정해 이같이 계산했다.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등으로 복지 관련 ‘의무 지출’은 매년 3.9%씩 늘어날 것으로 봤다. 조세 부담액 증가율 5.1%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3.4%·2010년 이후 연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세 부담을 현재 수준(조세부담률 약 20%)으로 유지하면 2050년엔 국가채무 비율이 80%를 넘어 재정 파탄 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어느 경우든 지금 같은 재정지출 구조로는 한 세대를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가뜩이나 2030세대의 부양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가까운 복지 지출을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퍼주기에 덤터기 쓰는 2030…1인 稅부담 1030만원→4800만원
국회예산정책처 추계…2050년 나랏빚 2864兆


‘1억1296만원.’

2050년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짊어질 나랏빚(1인당 국가채무)이다. 올해 고교 3학년 학생이 50세가 되면 지금 부모(올해 1인당 1915만원)보다 여섯 배 많은 나랏빚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정부 수입(세수)과 지출, 인구, 경제성장률 등 변수를 자체 추정해 현재 718조원인 우리나라 국가채무(공공기관 빚 제외)가 2050년 2864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국내총생산 대비 40%)으로 유지하기 위해 증세를 하면 2050년 1인당 국가채무는 5281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낼 세금은 4817만원으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해도 올해(1034만원)보다 세 배 이상 급증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추산이다. 전문가들은 “30년 뒤 ‘재정 파탄’을 맞을지, ‘세금 폭탄’을 떠안을지 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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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폭주’의 딜레마

예산정책처는 조세부담률(국세·지방세를 GDP로 나눈 값)을 현행(올해 20.7%)대로 유지하는 경우와 ‘국가채무 비율 40%’(올해 38.4%)를 지키는 경우를 비교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2019~2023년) 등을 반영해 이렇게 계산했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올해 3751만 명에서 2050년 2535만 명으로 32.4% 급감하고, 재정지출은 매년 6.5%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로 잡았다.

국가채무 비율을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1인당 조세부담은 2030년 1798만원, 2040년에는 3024만원으로 껑충 뛴다. 매년 국가채무 비율 40% 초과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을 높이지 않을 경우 1인당 조세부담은 2030년 1512만원, 2040년 2080만원, 2050년에는 2691만원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다. 대신 2050년 국가채무 비율이 85.6%로 두 배로 치솟게 된다.

문제는 이 추계조차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통계청이 3년 전 예측한 2050년 합계출산율(1.38명)을 기준으로 1인당 국가채무 및 조세부담을 추정했는데, 통계청은 올 3월 출산율 전망치를 그보다 적은 1.27명으로 낮췄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세금 낼 인구 감소 폭이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2020년대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GDP 증가율 2.0%’를 30년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GDP 증가율이 낮아지면 국가채무 비율 증가 폭은 더 커지고, 1인당 조세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지출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복지 지출의 가파른 증가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존 복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증가로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게 돼 재정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데,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복지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서 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예산정책처도 2050년까지 연평균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봤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중 복지(보건·복지·노동) 예산은 20조6000억원 늘었다. 내년 전체 예산 증가분 43조9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복지 예산 증가 규모의 70%에 가까운 13조8000억원은 지급 기준이 정해져 축소가 불가능한 ‘경직성 지출’이란 점에서 앞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 2년간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금이 많이 걷힌 덕분에 정부 지출이 크게 증가했어도 빚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불경기로 전체 세수가 10년 만에 감소할 전망이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