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는 냉소 섞인 진단을 내놨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차(車) 킬러’로 불리던 한국 자동차가 더 이상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업계의 생산대수가 402만 대로 떨어져 차산업 생태계 기반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인 연간 400만 대에 근접한 데다, 강성 노조 탓에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해 안팎의 진단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량은 5년 전에 비해 5% 넘게 줄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생산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9월 이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산(年産) 400만 대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런데도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노사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비효율적인 공장을 폐쇄하고 미래차 선점을 위한 투자와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업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나면 세계시장 위상이 급격히 추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통상환경도 위협요인이다. WTO가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에서 미국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관세전쟁이 자동차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그 불똥이 한국에 튀면 치명타가 될 것이다. 국내 차산업이 생존하려면 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사가 위기감을 공유하고 구조조정과 미래차 대응에 공동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