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호주 장관과 함께 공개서한…페이스북은 "백도어 시도 반대"
美법무장관, 페이스북에 "메시지 서비스 암호화 중단하라"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페이스북에 메시지 서비스를 암호화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 장관은 이날 케빈 매컬리넌 미 국토안보부 장관대행과 영국·호주 내무장관도 함께 서명한 공개 서한에서 공적 안보를 이유로 들어 페이스북에 암호화 계획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수사 목적으로 정부가 페이스북의 각종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는 암호화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암호화가 범죄자나 공격자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법 집행기관들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 장관은 "생명과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위태로운 곳에서 기업들이 처벌받지 않고 영업할 수는 없다"며 "만약 저커버그가 2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호할 믿을 만한 계획을 정말 갖고 있다면 그게 뭔지 공개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페이스북의 모든 주요 서비스들에 대해 메시지를 암호화해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페이스북 이용자 8천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시작으로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관행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였다.

WSJ은 "바 장관의 기습공격은 암호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정보기술(IT) 기업과 법 집행기관 간의 오래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논평했다.

美법무장관, 페이스북에 "메시지 서비스 암호화 중단하라"
미 법무부는 2016년 암호화된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의 아이폰에 접근하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애플은 당시 이 요구를 거부했고, 수사요원들이 이 아이폰에 접근할 다른 방법을 찾아내면서 소송은 중단됐다.

그 이후 연방정부는 암호화 이슈를 놓고 IT 업계와 이목을 끌 만한 논쟁을 피해왔으나 이번 서한은 실리콘밸리 공룡 기업과 다투려는 새로운 노력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이는 또 페이스북이나 다른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 당국의 조사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바 장관의 이번 요구로 페이스북과 미 법무부는 앞으로 법적 충돌을 빚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우리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는 법 집행기관의 역할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는 백도어(인증 절차 없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상 허점)를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왜냐하면 이는 모든 사람의 사생활과 보안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IT 기업들은 정부가 암호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전체적인 보안을 약화시키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데이터를 훔치려는 해커나 첩보기관에 의해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이런 기술이 설령 악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IT 기업들이 적의 정보를 찾는 첩보기관이나 정부의 무수한 요구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바 장관의 서한에 같이 서명한 영국과 호주는 '파이브 아이즈'로 불리는 정보 동맹의 멤버다.

여기에는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포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