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앞다퉈 핀테크(금융기술)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하는 금융산업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담부서를 구성해 핀테크기업에 자기자본투자(PI)를 하거나 사무실 또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제공하며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글로벌 IB, 핀테크 투자에 열광하는데…
세계 최대 IB인 골드만삭스는 2012년 전략적자기자본투자부(PSI)를 신설하고 70개 이상의 유망 핀테크기업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했다. 2013년 PSI 부서가 초기 지분투자를 했던 인공지능(AI) 기반 자료분석업체 켄쇼는 지난해 미국 신용평가회사 S&P글로벌에 5억5000만달러에 매각돼 ‘대박’을 터뜨렸다. PSI 부서는 7년간 연평균 25%의 수익을 거뒀다.

골드만삭스의 성공을 지켜본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다른 미국계 IB도 핀테크 투자 부서를 설치해 PI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PI 투자를 넘어 초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액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 역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핀테크기업을 발굴해 사무실과 IT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게 인수합병(M&A)을 주선하거나 재무 자문을 해준다.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인터널브레인트러스트), JP모간(금융솔루션랩), 바클레이즈(바클레이즈 액셀러레이터) 등은 핀테크 지원센터도 갖추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아직 핀테크 투자에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금융투자사는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특정 핀테크기업에 지분 출자가 허용되는 등 법적 제약이 많아 핀테크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 IT기업은 금융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음을 입증해야 투자받을 수 있다. 국내 금융투자사는 액셀러레이터 겸영도 허용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