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입도선매하라…'실리콘밸리 선발대' 보내 벤처 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본을 수출하라
(3) 기업주도 벤처캐피털 투자
20大 기업, 해외투자 전담조직
미래산업 씨 뿌리는 기업들
(3) 기업주도 벤처캐피털 투자
20大 기업, 해외투자 전담조직
미래산업 씨 뿌리는 기업들

한국 기업의 해외 스타트업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EY한영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벤처 투자 규모는 2009년 2100만달러(약 250억원, 11건)에서 작년 8억7900만달러(약 1조500억원, 91건)로 40배(금액 기준) 불어났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기존 현대벤처스를 확대 개편해 CVC인 현대크래들을 출범시켰다. 현대크래들은 서울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5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투자액 239억원), 이스라엘 음성인식업체 오디오버스트(56억원), 미국 로봇업체 리얼타임로보틱스(18억원) 등 여섯 곳에 779억원을 투자했다. 김창희 현대크래들 상무는 “기업들이 CVC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투자수익보다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 설립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베트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60만달러짜리 펀드를 조성해 10여 곳에 자금을 대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과 함께 627억원짜리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했다”며 “유통·물류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벤처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랩과 디디추싱 외에도 중국 드론회사 DJI,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뎬핑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 및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받아 해외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노틸러스벤처파트너스의 브라이언 강 대표는 “한국 20대 기업은 거의 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나와서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찾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투자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이 삼성, 현대차, LG 정도에 불과하던 3~4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끼리 손을 잡고 벤처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현대차가 일본 도요타·혼다와 함께 AI업체 퍼셉티브에 공동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김창희 상무는 “이제 모든 것을 한 회사나 한 국가 안에서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