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4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청장(오른쪽)에게 전날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고발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4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청장(오른쪽)에게 전날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고발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장외에서 ‘핑퐁식’으로 세(勢) 대결을 이어가면서 정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의 대규모 참석 인원을 내세우며 “성난 민심이 드러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맞서며 주요 집회 참석자들을 내란 선동으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여권에서는 소모적인 장외 세 대결을 우려하며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與, “개천절 집회에서 내란 선동”…고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동원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길 스스로 포기했다”며 “집회에서 제1 야당 인사들이 도를 넘는 막말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박광온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머리에 ‘순국결사대’ 머리띠를 두른 건장한 청년들이 청와대를 접수하자 했는데, 내란을 선동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직접 건넸다. 내란 선동죄 및 공동폭행교사 등을 혐의로 들었다. 민주당은 또 전 회장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했다.

한국당, “민심 임계치 도달”

한국당은 대여 공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어제 우리는 위대한 국민의 숭고한 명령을 들었다”며 “그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 심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 대책회의에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퇴진 집회가 있으면 직접 나온다고 하더니 정작 청와대는 공포의 충격 속에 빠졌다”며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조국 파면을 넘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도 했다.

한국당과 민주당 간 ‘입씨름’도 격화되고 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은 김승희 한국당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 치매’ 발언으로 한때 파행했다. 김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 문제와 관련해 “요즘 문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국민이 많이 걱정한다”며 “치매와 건망증은 의학적으로 보면 다르다고 하지만, 건망증이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해 여야는 30분간 고성 섞인 말싸움을 이어갔고, 결국 한때 국감이 중지됐다.

文 의장 “국회 존재 이유 상실”

여야의 장외 세 대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향해 “대의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의장은 “정치 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며 “국가 분열, 국론 분열이 한계선을 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집회 규모 ‘세 대결’ 양상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광화문 집회에 자극받아 5일 또다시 서초동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가 커지면 한국당에서는 또다시 동원령을 내리지 않겠나”며 “여당이 국회 밖에서 집회에 참석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꾸준히 나온다”고 귀띔했다.

양 진영의 집회가 장기화하기 전에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여당으로서는 양측의 집회가 장기전 양상으로 가는 것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