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물갈이…국민연금 "바이오 묻고 대형株 더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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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투자성향 뚜렷해져
현대차·삼성전기·GS건설 등
코스피 대형주 지분 계속 늘려
현대차·삼성전기·GS건설 등
코스피 대형주 지분 계속 늘려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최근 조정장을 맞아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SK이노베이션 포스코 KT 등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비중을 늘리고 바이오,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주 같은 중소형주는 줄였다. 작년 10월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 취임 후 국민연금의 안정적 투자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정장에서 두 달간 5조원 풀어
국민연금은 4일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80개 종목에 대한 지분 변화 내역을 공시했다. 현대자동차(9.05%→10.05%),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76%→13.77%), 삼성전기(11.03%→12.03%), KT(11.66%→12.67%) 등 57개 기업 지분을 늘렸다. 그밖에 GS건설 한국조선해양 삼성증권 대한해운 SK이노베이션 농심 등의 주식 투자를 늘려 지분 10% 이상을 확보했다.
국민연금 보유내역 공시가 이날 대거 몰린 것은 최근 조정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8월 이후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3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2881억원, 개인은 1조89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연기금이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1900대 초반에서 바닥을 다지고 2100선까지 상승한 데는 연기금의 매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비중을 줄인 종목은 23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의 비중을 낮췄다. 한미약품(10.26%→9.04%), 호텔신라(13.82%→12.81%), 키움증권(12.48%→11.46%), LG이노텍(11.76%→10.76%)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 비중을 줄줄이 줄였다. 지난 몇 달간 주가가 크게 오른 케이엠더블유(7.19%→6.16%)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보유 비중을 축소한 종목은 대부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 순이익)이 높은 성장주로 꼽힌다. 포트폴리오 교체를 통해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등장에서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더 많이 오른 데는 연기금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에스엠 사고 와이지 팔고
엔터테인먼트주 지분율 변동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이날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을 9.24%에서 10.44%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에스엠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 개선 요구로 증권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종목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분 확보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 활용 기반을 더욱 확대했다.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에스엠의 ‘라이벌’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은 6.68%에서 5.54%로 낮췄다. 이른바 ‘승리 사태’ 이후 홍역을 치르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양현석 전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대형주 우량주 편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말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네 곳을 신규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배당주형과 액티브퀀트형 부문에서 2개사씩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안정성이 높은 배당주와 지수에 투자해 조정장에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대형주 비중을 늘리자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이를 뒤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탁운용사에도 안정적 운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국민연금은 4일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80개 종목에 대한 지분 변화 내역을 공시했다. 현대자동차(9.05%→10.05%),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76%→13.77%), 삼성전기(11.03%→12.03%), KT(11.66%→12.67%) 등 57개 기업 지분을 늘렸다. 그밖에 GS건설 한국조선해양 삼성증권 대한해운 SK이노베이션 농심 등의 주식 투자를 늘려 지분 10% 이상을 확보했다.
국민연금 보유내역 공시가 이날 대거 몰린 것은 최근 조정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8월 이후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3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2881억원, 개인은 1조89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연기금이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1900대 초반에서 바닥을 다지고 2100선까지 상승한 데는 연기금의 매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비중을 줄인 종목은 23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의 비중을 낮췄다. 한미약품(10.26%→9.04%), 호텔신라(13.82%→12.81%), 키움증권(12.48%→11.46%), LG이노텍(11.76%→10.76%)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 비중을 줄줄이 줄였다. 지난 몇 달간 주가가 크게 오른 케이엠더블유(7.19%→6.16%)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보유 비중을 축소한 종목은 대부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 순이익)이 높은 성장주로 꼽힌다. 포트폴리오 교체를 통해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등장에서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더 많이 오른 데는 연기금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에스엠 사고 와이지 팔고
엔터테인먼트주 지분율 변동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이날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을 9.24%에서 10.44%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에스엠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 개선 요구로 증권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종목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분 확보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 활용 기반을 더욱 확대했다.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에스엠의 ‘라이벌’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은 6.68%에서 5.54%로 낮췄다. 이른바 ‘승리 사태’ 이후 홍역을 치르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양현석 전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대형주 우량주 편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말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네 곳을 신규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배당주형과 액티브퀀트형 부문에서 2개사씩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안정성이 높은 배당주와 지수에 투자해 조정장에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대형주 비중을 늘리자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이를 뒤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탁운용사에도 안정적 운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