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DMZ 철책을 통과해 넘어오는 야생멧돼지를 사살하라는 지침을 최근 군부대에 전달한 데 이어 4일부터는 헬기를 투입해 방역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오후 3시 30분부터 헬기를 투입해 방역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DMZ를 포함한 민간인통제선 이북 전 접경지역에 대해 약 7일간 항공 방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항공 방역은 지난 2일 DMZ 안에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됨에 따라 감염원인 야생멧돼지를 통한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남방한계선에서 군사분계선 쪽으로 약 1.4㎞ 지점이다. DMZ 내 헬기 방역 조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행되며, 북한 측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군 당국은 최근 최전방 부대에 DMZ 철책을 통과해 넘어오는 야생멧돼지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고 지난 6월 내렸던 지침을 최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성으로 인한 북한 측과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사실을 군 핫라인을 통해 북측에도 통보했다. 야생멧돼지를 사살한 사례는 아직까진 없다.

DMZ 철책은 멧돼지가 뚫거나 넘어올 수 없는 구조물로 설치됐지만 태풍과 장마 등으로 토사가 유실되거나 산사태 등으로 파손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날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9개 사단 13개소에서 GOP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건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북한이 ASF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보고했던 지난 5월 이후로도 파손된 사례는 7건에 달했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