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포함 방역현장 하루 2천명 투입…건강·육아 고충 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집중할 수 있게 다음 주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미뤄달라고 국회에 직접 요청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4일 도청에서 열린 '10월 공감·소통의 날' 행사에서 "지금 완전 전쟁터 아닙니까? 행정안전위원회 국회의원들께도 제가 도정은 열심히 하고 서면으로 열심히 보고할 테니, 현장 국감은 돼지열병 사태가 수그러진 뒤에 하거나 다음 기회로 미뤄주시도록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는 지금 전쟁터, 국감 미뤄달라" 국회에 읍소
이 지사는 "지금 바깥에서 보기에는 돼지 몇 마리 죽고 살처분하고 그러나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일선에 나와 보면 정말 숨 쉴 틈도 없을 만큼 심각하다"면서 "국회의원들께서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이번만큼은 돼지열병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공감·소통의 날 행사는 종전 직원 월례조회를 수평형 소통 방식으로 개편한 것으로, 이날도 직원과의 토크쇼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 지사 인사말만 하고 이후 일정을 취소했다.

이 지사는 "돼지열병 때문에 모두 고생이 많다.

지금 난리인데 한쪽에서는 심각한 척하고 한쪽에서는 (토크쇼로) 희희낙락한다고 그럴 가능성이 있어, 오늘 조회 준비를 많이 했겠지만 미루겠다"며 "열심히 이 위기를 넘어가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도정을 만들자"고 독려했다.

경기도는 오는 16일과 18일 각각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0일 김희겸 행정1부지사가 국회를 찾아 요청해 16일 환노위 국감 일정은 취소됐다.
이재명 "경기도는 지금 전쟁터, 국감 미뤄달라" 국회에 읍소
도와 시군 지자체 공무원들은 첫 확진 판정이 난 지난달 17일부터 최고 수준의 ASF 방역 체제 가동으로 사실상 24시간 사투 중이다.

이달 1일 하루 기준으로 도와 21개 시군 공무원 1천987명(재난상황실 인력 제외)이 살처분 현장과 통제초소, 거점소독시설 등 방역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만 해도 지난 3일 하루 360명을 포함, 연인원 2천500명을 넘어섰다.

앞서 이 지사는 "자식처럼 기른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는 농장주인도, 그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과 용역직원들도 모두 극한의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다"며 심리치료 지원 등 트라우마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축산산림국, 동물위생시험소, 북부동물위생시험소, 축산진흥센터 등 경기도 동물 방역 관련 부서 직원은 모두 275명으로,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거의 매일 반복되는 야근으로 본인 건강과 자녀 양육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 동물방역위생과 우모 주무관은 "지난 3주간 집에 한 번 들어갔는데 18개월 된 아이의 자는 모습만 보고 나왔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수의사 부부 공무원의 경우 남편이 새벽 2~3시에 퇴근하고 아내는 살처분 현장에 나가면 2박 3일씩 근무하는 바람에 초등학생 두 아이 육아에 고충을 토로했다.
이재명 "경기도는 지금 전쟁터, 국감 미뤄달라" 국회에 읍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