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한일 갈등 뛰어 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엔 국적이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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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한일 갈등 언급
"정치적인 문제 뛰어넘는 영화적 연대"
"난 일본영화를 찍는다 생각하지 않아"
"정치적인 문제 뛰어넘는 영화적 연대"
"난 일본영화를 찍는다 생각하지 않아"
"정치적인 갈등 상황에서 영화인들이 연대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왔습니다."
한일 관계는 경색됐지만,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반일 감정과 일본의 우익 세력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서 국경의 뛰어넘는 거장의 면모를 보였다.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고 당당하게 대응하는가 하면, "전 일본 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매번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확정한 것에 반발하며 무역제재를 시작했다. 한일 양국은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갈등의 골을 보여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에 앞서 "한일 갈등이 불거지기 전 95% 상영작이 확정됐다"고 밝히는가 하면,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일본 합작 영화를 선정하면서 정치적인 갈등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의 극우 세력과 한국 내 반일 감정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의 힘을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년 전에 부산영화제가 정치적인 압력으로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때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지지 목소리를 냈고, 저도 그때 연대 목소리를 냈다"면서 5년 전 '다이빙벨' 상영 후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어야 했던 정치적인 갈등을 언급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서 지금까지 이어졌고, 저 역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인 문제나 고난을 겪었을 때,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해 이런 형태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신념을 드러냈다.
영화엔 국적이 없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전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일본영화를 찍는다'고 의식하지 않았고, 이번에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영화처럼 찍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라는 정체성은 내면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동시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창동 감독님 등 아시안 영화감독 동지, 벗들에게 늘 자극을 받고 영감을 받았다"며 "저 또한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5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의 영화인이다는 의식은 제 내면에 있고,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건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거장으로 꼽힌다. 1995년 '환상의 빛'을 시작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는 199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원더풀 라이프'가 뉴 커런츠 상 후보로 소개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뉴 커런츠 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수상 부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외에 지아장커, 에릭 쿠, 장률, 탄 추이무이, 아딧야 아사랏, 박정범, 김의석, 김보라 감독 등이 뉴 커런츠를 통해 소개됐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전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열 네 번째 장편이자 해외에서 제작한 첫 영화다.
프랑스 영화계의 대스타 파비안느는 그녀를 사랑하고 찬미하는 남자들, 새 연인과 전 남편,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에게 여왕처럼 군림했지만, 딸 뤼미에르가 사위, 딸과 함께 돌아오면서 격렬하게 대립한다. 프랑스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카트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가 모녀로 등장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영화제 수상 이후 내놓는 신작임에도 "부담감 없이 작업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대해 "'어느가족'이 만들어 지기 전인 2015년부터 기획했던 작품"이라며 "'어느가족' 이후 기획이 됐다면 부담이 있었을 텐데,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칸 영화제 수상 후 에단 호크 캐스팅을 위해 미국에 갔는데, 만나자마자 '축하한다'며 '이 시점에 출연 제안을 받으면 거절하기 힘들다'는 말을 해서 '아, 내가 상을 받길 잘했다'라는 생각은 했다"며 "그때 제대로 '황금종려상의 은총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밝은 마음으로 봤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어둡고 무거운 영화만 만든 건 아닌데, (관객들이) 그런 인상을 받은거 같다"며 "이번엔 연출자로서 그런 이미지를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안에 음과 양, 양면이 있지만 이번엔 밝은 부분이 더 발휘됐으면 했다"며 "이번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그런 소감을 듣게 된다면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아시아영화인상도 수상했다. 개막식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5일부터 7일까지 부산에 머물며 관객들과 만난다.
이날 오후 7시 30분에 갈라프리젠테이션으로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되고, 9시 30분에는 GV도 예정돼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한일 관계는 경색됐지만,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반일 감정과 일본의 우익 세력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서 국경의 뛰어넘는 거장의 면모를 보였다.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고 당당하게 대응하는가 하면, "전 일본 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매번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확정한 것에 반발하며 무역제재를 시작했다. 한일 양국은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갈등의 골을 보여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에 앞서 "한일 갈등이 불거지기 전 95% 상영작이 확정됐다"고 밝히는가 하면,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일본 합작 영화를 선정하면서 정치적인 갈등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의 극우 세력과 한국 내 반일 감정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의 힘을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년 전에 부산영화제가 정치적인 압력으로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때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지지 목소리를 냈고, 저도 그때 연대 목소리를 냈다"면서 5년 전 '다이빙벨' 상영 후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어야 했던 정치적인 갈등을 언급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서 지금까지 이어졌고, 저 역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인 문제나 고난을 겪었을 때,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해 이런 형태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신념을 드러냈다.
영화엔 국적이 없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전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일본영화를 찍는다'고 의식하지 않았고, 이번에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영화처럼 찍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라는 정체성은 내면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동시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창동 감독님 등 아시안 영화감독 동지, 벗들에게 늘 자극을 받고 영감을 받았다"며 "저 또한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5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의 영화인이다는 의식은 제 내면에 있고,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건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거장으로 꼽힌다. 1995년 '환상의 빛'을 시작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는 199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원더풀 라이프'가 뉴 커런츠 상 후보로 소개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뉴 커런츠 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수상 부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외에 지아장커, 에릭 쿠, 장률, 탄 추이무이, 아딧야 아사랏, 박정범, 김의석, 김보라 감독 등이 뉴 커런츠를 통해 소개됐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전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열 네 번째 장편이자 해외에서 제작한 첫 영화다.
프랑스 영화계의 대스타 파비안느는 그녀를 사랑하고 찬미하는 남자들, 새 연인과 전 남편,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에게 여왕처럼 군림했지만, 딸 뤼미에르가 사위, 딸과 함께 돌아오면서 격렬하게 대립한다. 프랑스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카트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가 모녀로 등장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영화제 수상 이후 내놓는 신작임에도 "부담감 없이 작업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대해 "'어느가족'이 만들어 지기 전인 2015년부터 기획했던 작품"이라며 "'어느가족' 이후 기획이 됐다면 부담이 있었을 텐데,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칸 영화제 수상 후 에단 호크 캐스팅을 위해 미국에 갔는데, 만나자마자 '축하한다'며 '이 시점에 출연 제안을 받으면 거절하기 힘들다'는 말을 해서 '아, 내가 상을 받길 잘했다'라는 생각은 했다"며 "그때 제대로 '황금종려상의 은총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밝은 마음으로 봤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어둡고 무거운 영화만 만든 건 아닌데, (관객들이) 그런 인상을 받은거 같다"며 "이번엔 연출자로서 그런 이미지를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안에 음과 양, 양면이 있지만 이번엔 밝은 부분이 더 발휘됐으면 했다"며 "이번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그런 소감을 듣게 된다면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아시아영화인상도 수상했다. 개막식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5일부터 7일까지 부산에 머물며 관객들과 만난다.
이날 오후 7시 30분에 갈라프리젠테이션으로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되고, 9시 30분에는 GV도 예정돼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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