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군경 강경진압으로 사망 93명·4천명 부상"
이라크 총리 "부패 청산 최선…마술과 같은 해법은 없다"
이라크 민생고 시위 사상자 수천명…종교계, 정부 사퇴 압박(종합)
1일부터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시작된 민생고에 항의하는 젊은 층의 반정부 시위의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위 첫날인 1일엔 2명이 그쳤으나 나흘째인 4일까지 사망자 누계가 93명, 부상자가 4천명에 이른다고 이라크 인권단체 독립인권고등위원회가 5일 집계했다.

2017년 이슬람국가(IS) 사태를 겨우 진정시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라크가 만성적인 민생고와 기득권의 부패로 다시 혼돈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이라크 정부는 날로 확산하는 반정부 시위를 해산하려고 실탄을 쏘며 강경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무력 진압에 맞서 시위도 격렬해져 군경도 사상자가 났다.

이라크 정부는 시위가 조직되는 통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한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원천 봉쇄에 실패했다.

결국 이라크 정부는 5일 오전 5시를 기해 통행금지를 해제했다.

시위대는 실업난과 수도·전기 등 공공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AFP통신은 이라크 관리들이 사회를 불안케 하려는 불온 분자가 침투해 배후에서 시위를 선동한다고 지목하지만 시위대는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강경 진압 외에 시위를 중단시킬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4일 "부정부패, 실업난 등 개혁 정책을 실행할 시간을 더 달라"라면서도 "'마술과 같은 해법'은 없다"라고 토로했다.

무함마드 알할부시 이라크 의회 의장은 "시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

그들의 요구를 관리들이 논의하고 있다"며 시위를 멈추라고 호소했다.

이라크 민생고 시위 사상자 수천명…종교계, 정부 사퇴 압박(종합)
이라크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아파 종교 지도자들도 정부의 무능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압박했다.

이라크 의회 최대 정파를 이끄는 종교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4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알사드르는 이날 낸 성명에서 "더 많은 죽음을 피하려면 내각이 모두 물러나고 유엔의 감시 아래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라크는 지난해 5월 총선으로 현 정부가 구성됐다.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도 4일 금요 대예배에서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신속히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위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에서는 정부가 유력 종교지도자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정당성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에서 압둘-마흐디 정부는 출범 1년여만에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현지 언론은 바그다드에서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하면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야채 가격이 세배로 폭등할 만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시위는 통상 특정 정파나 종교 지도자가 정치적 목적으로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민생고를 참지 못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친이란 세력이 반정부 시위를 부추겼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위대의 요구나 확산세, 시위 지역의 종파적 구성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낮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바그다드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은 AP통신에 "전기도, 일자리도 없다.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모두가 아프다.

이것은 저주다"라고 말했다.

이라크 민생고 시위 사상자 수천명…종교계, 정부 사퇴 압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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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