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前 서핑을 즐긴다니…너무 여유 부리는 것 아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숨은 보석, 더반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마카랑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80.1.jpg)
365일 중 320일이 화창한 항구도시, 더반
![출근 前 서핑을 즐긴다니…너무 여유 부리는 것 아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71058.1.jpg)
장장 26시간 만에 도착한 더반 킹 샤카 공항을 나서자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1년 365일 중 320일이 날씨가 좋다는 아열대 도시답게 하늘은 맑고 공기는 청량했다. 비행기에서 구겨졌던 몸과 마음이 구원받는 기분이랄까. 여기에 샤이니 브라이트라는 가이드가 이름에 어울리는 환한 미소로 일행을 반겼다. “더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영국인이지만 더반이 좋아서 여기 살고 있어요. 날씨가 좋고요, 날씨만큼 사람들이 좋아요. 늘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죠. 게다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을 잇는 남아공 제3의 도시 더반은 인도양에 면한 항구도시랍니다. 지금부터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게요.” 가이드 샤이니를 따라간 더반 항구는 아프리카 최대 항구답게 웅장했다. 인도양을 마주하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해변, 골든 마일(Golden Mile)은 때마침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골들 마일을 따라 늘어선 호텔과 리조트의 실루엣에서 휴양지 기운이 물씬 묻어났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인도양과 아프리카 대륙이 만나는 항구도시 더반의 풍경.](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67.1.jpg)
줄루족과 인도계, 백인이 더불어 사는 다문화의 땅
더반은 본래 남아공 최강의 부족 줄루(Zulu)족의 땅이었다. 줄루족은 케냐의 마사이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아프리카에서 강한 부족으로 손꼽힌다. 포르투갈 탐험가가 남아공을 발견한 후, 보어인(네덜란드인)이 이주하며 원주민들의 영토를 빼앗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들도 점령하지 못한 지역이 더반이 속한 콰줄루-나탈주였다. 킹 샤카라는 걸출한 줄루족 지도자와 용맹하기로 이름난 줄루족 용사들 덕에 전쟁에서 승리했다. 지금도 더반에는 줄루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격렬한 춤사위가 흥겨운 줄루족 전통 공연.](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10.1.jpg)
![아이하트 마켓에서 직접 만든 남아공식 육포 빌통을 파는 노부부.](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54.1.jpg)
구슬을 꿴 장신구로 한껏 치장을 한 줄루족 남녀가 격렬한 춤을 추며 관객을 압도하는데, 그 내용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어떻게 구애하는 가다. 중간중간 영어로 해설을 해주니 줄루어를 몰라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공연을 신나게 보고 나서는 길, 스쿨버스를 타고 소풍 온 어린이들과 마주쳤다. 아이들은 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사우전드 힐에서 좋은 하루를 보내는 법은 간단하다. 전망 좋은 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즐기는 것.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로지, 마카랑가로 향했다. 입구에서 레스토랑까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열대 식물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유난히 맛있다는 남아공산 아보카도로 만든 샌드위치를 가볍게 맛본 후 둘러본 정원에는 어찌나 크고 멋진 식물들이 많은지 울창한 밀림 같았다. 식물들 사이사이 짐바브웨에서 공수해온 조각상도 이국적인 볼거리였다.
괜찮아, 여긴 더반이잖아…365일 중 320일이 맑은 도시!
‘사우전드 힐’의 페줄루 공원에선 하루 4번 아프리카 줄루족 전통공연
더바너처럼 주말을 보내는 법
“더반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아이하트 마켓에서 시간을 보내죠. 지역 주민들이 만든 식자재나 수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인데, 살거리 먹거리가 많거든요.” 가이드의 말에 주말 아침 아이하트 마켓(I Heart Market)을 찾았다. 아이하트 마켓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한국팀 경기가 열렸던 모세스마디바 스타디움 앞에서 토요일마다 열린다. 마켓에 들어서자 갓 딴 마카디미아, 남아공식 육포 빌통부터 수제 쿠키와 올리브 조림 등 먹거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격렬한 춤사위가 흥겨운 줄루족 전통 공연.](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28.1.jpg)
![인도와 영국식 문화가 녹아 있는 스카치에그.](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653119.1.jpg)
오이스터 박스 호텔에서 우아한 브런치를 만끽한 후 현지인들처럼 여유롭게 해변의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어느새 하늘이 흐려졌는데, 바닷가에서 낚시와 서핑을 즐기는 이들은 날씨 따위 아랑곳없이 표정이 밝았다. 움랑가 등대를 지나 웨일 본 피어 부두까지 늘쩡늘쩡 걸었다. 웨일 본 피어는 이름처럼 고래뼈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상징인 부두다. 조형물 사이를 지나노라니, 고래 배속을 걷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길의 끝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엄마가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상상해 보았다. 혹시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까. “인생은 날씨 같은 거란다. 오늘은 흐려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여긴 더반이잖니. 365일 중 320일이 맑은 도시!”
더반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여행 정보
인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까지 직항은 없다. 남아공 항공을 탈 경우 홍콩을 경유해 요하네스 공항까지 간 후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3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으며,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한국의 여름은 남아공의 겨울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12~1월이다. 온화한 아열대 기후로 여름에는 평균 20도, 겨울에도 평균 22도를 유지하는 덕이다. 통화는 랜드(ZAR)를 쓰며 10랜드는 약 810원이다. 전압은 240V로 어댑터가 필요하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풍토병 위험이 없어서 황열병, 말라리아 등의 예방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