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엊그제까지 좋다던 경제…갑자기 'D 공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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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銀 출구전략 실기 탓
세계 경제 '大수축기' 우려 커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세계 경제 '大수축기' 우려 커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엊그제까지 전후 최장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던 세계 경제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D(deflation+depression) 공포’가 우려되느냐?” 요즘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문의하는 질문이다. 글로벌화와 네트워킹이 급진전됐던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안정기’와 ‘대수축기’ 이론으로 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세계 경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6월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었다. 성장률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10년이 됐다. 기간만 놓고 따진다면 1960년대 케네디~존슨, 1990년대 부시~클린턴 미 대통령 시기의 성장 국면을 뛰어넘는 전후 최장이다.
주도국은 미국 경제다. 2012년부터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던 일본 경제도 뒤늦게 가세했다. 유럽 경제는 재정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지는 통합 균열로 성장 대열에 동참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도 구조병(기업부채·부동산거품·그림자금융 등 3대 회색코뿔소)으로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대중 편향적인 중화경제권(한국도 포함)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도 부진했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비상 대책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리먼 사태 직후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방식의 금융위기 극복책과 아베노믹스는 두 가지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하나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과잉 유동성, 또 다른 하나는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인해 급증한 과잉 부채다.
‘위기 후 과제(after crisis)’로 통칭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구 전략을 적기에 추진해 해결해야 대안정기가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거나 너무 늦게 추진하면 곧바로 대수축기가 찾아온다. 성급한 출구전략은 ‘에클스 실수’, 너무 늦은 출구전략은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클스 실수란 1930년대 위기 극복을 지나치게 낙관해 금리 인상 등의 긴축 기조로 성급하게 돌아서 대공황을 초래했던 당시 Fed 의장이었던 마리너 에클스 이름을 따 붙인 용어다. 조기 출구전략은 어렵게 마련된 경기 회복의 ‘싹(green shoots)’이 노랗게 질려 경기 침체라는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2004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연 1%까지 내렸다가 이후 인상 국면으로 돌렸다. 하지만 중국의 국채 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2008년 이후 금융위기로 연결됐다. ‘그린스펀 실수’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두 가지 실수를 다 저지를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Fed는 2015년 12월의 금리 인상을 앞세워 시작한 출구전략이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경기가 받쳐주지 않아 출구전략 추진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야망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유혹을 끊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안정기의 내용도 좋지 못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종전 성장 국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성장의 질도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취약했다. 오히려 금융완화로 돈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계층 간 불균형은 더 심해져 뉴욕 폭등 사태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만큼 추진 시기와 선택 수단 그리고 사후 처리 등 3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출구전략은 정책 예술(exit strategy is policy art)’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구전략 3박자 간의 황금률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크게 망치는 대실패를 범한다.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 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가장 적기로 꼽는다. 이 경우에도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다.
작두칼을 타는 무속인이 주변의 소음으로 실수하면 곧바로 큰 상처를 얻는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제때 추진하지 못한 과정에서 잠복돼 왔던 세계 경제 위험이 미·중 간 마찰 등을 계기로 노출되고 있다. 엊그제까지 전후 최장의 호황이라고 평가되던 세계 경제에 갑자기 대수축기 우려가 커지면서 ‘D’ 공포가 들리는 배경이다.
세계 경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6월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었다. 성장률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10년이 됐다. 기간만 놓고 따진다면 1960년대 케네디~존슨, 1990년대 부시~클린턴 미 대통령 시기의 성장 국면을 뛰어넘는 전후 최장이다.
주도국은 미국 경제다. 2012년부터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던 일본 경제도 뒤늦게 가세했다. 유럽 경제는 재정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지는 통합 균열로 성장 대열에 동참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도 구조병(기업부채·부동산거품·그림자금융 등 3대 회색코뿔소)으로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대중 편향적인 중화경제권(한국도 포함)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도 부진했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비상 대책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리먼 사태 직후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방식의 금융위기 극복책과 아베노믹스는 두 가지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하나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과잉 유동성, 또 다른 하나는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인해 급증한 과잉 부채다.
‘위기 후 과제(after crisis)’로 통칭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구 전략을 적기에 추진해 해결해야 대안정기가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거나 너무 늦게 추진하면 곧바로 대수축기가 찾아온다. 성급한 출구전략은 ‘에클스 실수’, 너무 늦은 출구전략은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클스 실수란 1930년대 위기 극복을 지나치게 낙관해 금리 인상 등의 긴축 기조로 성급하게 돌아서 대공황을 초래했던 당시 Fed 의장이었던 마리너 에클스 이름을 따 붙인 용어다. 조기 출구전략은 어렵게 마련된 경기 회복의 ‘싹(green shoots)’이 노랗게 질려 경기 침체라는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2004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연 1%까지 내렸다가 이후 인상 국면으로 돌렸다. 하지만 중국의 국채 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2008년 이후 금융위기로 연결됐다. ‘그린스펀 실수’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두 가지 실수를 다 저지를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Fed는 2015년 12월의 금리 인상을 앞세워 시작한 출구전략이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경기가 받쳐주지 않아 출구전략 추진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야망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유혹을 끊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안정기의 내용도 좋지 못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종전 성장 국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성장의 질도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취약했다. 오히려 금융완화로 돈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계층 간 불균형은 더 심해져 뉴욕 폭등 사태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만큼 추진 시기와 선택 수단 그리고 사후 처리 등 3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출구전략은 정책 예술(exit strategy is policy art)’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구전략 3박자 간의 황금률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크게 망치는 대실패를 범한다.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 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가장 적기로 꼽는다. 이 경우에도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다.
작두칼을 타는 무속인이 주변의 소음으로 실수하면 곧바로 큰 상처를 얻는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제때 추진하지 못한 과정에서 잠복돼 왔던 세계 경제 위험이 미·중 간 마찰 등을 계기로 노출되고 있다. 엊그제까지 전후 최장의 호황이라고 평가되던 세계 경제에 갑자기 대수축기 우려가 커지면서 ‘D’ 공포가 들리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