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서울 영등포구에서 운영하는 정보기술(IT) 업체는 이른바 ‘무늬만 여성기업’이다. 공공납품 때 우대를 받으려고 3년 전 부인을 대표이사에 앉혔다. 실제 경영은 남편 A씨가 맡고 있지만, 부인이 경영에 참여한다고 내세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여성기업확인서를 받았다. A씨는 대표 명의를 본인으로 다시 바꿀 예정이다. 유효기간 3년이 끝나 확인서 재발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그 사이 여성기업 정의가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에서 ‘여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으로 개정됐다. A씨는 “최대 주주인 내 주식을 절반 이상 나눠야 하는데 증여세 등 관련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확인서 재발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기업확인서를 발급받으려는 기업과 인증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2015년 8153개였던 확인서 신규 발급 건수는 지난해 1만2541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여성기업 수도 1만9809개사에서 3만1474개로 불어났다.

정부는 2016년 7월부터 여성기업 정의를 개정한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어머니, 부인, 딸, 여동생 등을 주주와 대표로 내세운 가짜 여성기업을 골라내고 지원책이 여성기업에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업계에선 ‘무늬만 여성기업’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기업으로 인증받으면 지원 혜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물품 및 용역 구매 총액의 5% 이상, 공사는 구매 총액의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추정가격이 5000만원 이하인 공사, 물품의 제조·구매 및 용역의 경우 경쟁입찰(2인 이상 견적서)을 받지 않고 여성기업과 수의계약(1인 견적)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공 부문의 여성기업 구매 규모만 연간 약 10조원에 달한다.

중기부와 함께 확인서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기업 확인을 위한 현장 실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출신 등 기업 업무 경험이 있는 전문위원 약 200명을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완벽한 확인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부인을 대표로 내세운 기업인 B씨는 “친한 구매담당 공무원이 여성기업 전환을 권유해 아내와 딸, 어머니(2인 이상 여성의 보유지분이 최대 주주)를 주주로 등재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