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최대 부대행사인 ‘2019 아시아필름마켓(Asian Film Market)’이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나흘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동안 영화 콘텐츠에 집중하던 데서 벗어나 방송 콘텐츠를 포함한 종합 콘텐츠마켓으로 확장한 것이다. 차승재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은 “영화와 방송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방송 콘텐츠 분야 바이어를 유치하고 콘텐츠 거래 규모도 늘려 아시아필름마켓을 국내 콘텐츠산업 성장의 지렛대로 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9 아시아필름마켓(Asian Film Market)’에서 바이어들이 상담하고 있다.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회 제공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9 아시아필름마켓(Asian Film Market)’에서 바이어들이 상담하고 있다.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회 제공
CJ ENM·KBS·MBC 등 방송사 참여

올해 참가 기업은 34개국 200개사로 작년보다 17% 증가했다. 참가 등록한 바이어 수도 1436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7% 늘었다. 올해부터 방송콘텐츠마켓이 신설되면서 CJ ENM과 MBC플러스, KBS N, JTBC, IHQ 등 방송 콘텐츠사들이 처음 참여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방영했던 중국 OTT(동영상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와 일본 니혼TV, 니카쓰 코퍼레이션, 히로시마영상위원회 등도 부스를 마련했다.

6일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4개국 우수 드라마를 대상으로 제1회 아시아콘텐츠어워즈가 열렸다. 지난 5년간 제작된 TV드라마 중 각국 대표작이 출품돼 8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김문연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장은 “동아시아 국가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콘텐츠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방송콘텐츠마켓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아시아콘텐츠어워즈는 TV드라마뿐 아니라 국내외 OTT 오리지널 드라마, 아시아필름마켓의 E-IP(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 마켓에서 유통하는 원작을 포함해 콘텐츠 영역 전반을 다루는 시상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본·대만 소설 설명회도 열려

소설과 웹콘텐츠 등을 영상화하기 위한 제작자 및 투자자를 찾는 E-IP 마켓은 아시아필름마켓의 가장 큰 특징이다. 5일에는 일본과 대만 출판사들이 자사 소유 소설을 영상콘텐츠로 제작하기 위해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해외 콘텐츠 IP를 소개한 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선 4개사가 7개 작품, 대만에선 7개사가 11개 작품을 공개했다. 일본 출판사 고분샤의 후지이 사토시 사업부장은 “영화산업이 발전한 한국에서 영화화하기 위해 소설 <환상의 그녀>와 <평지의 달>을 출품했다”며 “고분샤는 이미 한국 영화제작사와 소설 두 편의 영상화 계약을 맺고 각본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재팬의 장준영 프로듀서는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세인 미스터리물을 많이 선보였다”며 “미스터리와 휴먼드라마를 결합한 <데프 보이스>는 한국에 출간돼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소설과 웹콘텐츠 30편도 각국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투자 미팅을 열었다.

이와 별개로 부산영상위원회도 영상화하기 좋은 스토리를 공개하고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육아 스릴러 ‘아가’ 등 부산 지역 제작사의 개발작 5편을 비롯해 프로듀서 개발작 19편과 동남아 학생들의 스토리 5편이 투자자들을 찾았다.

E-IP 마켓 잇단 성과 ‘주목’

소설 <암보스>는 라디오드라마로 제작되고, 웹툰 ‘여의주’는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 스토리 단계의 콘텐츠 세 편은 소설로 출간된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쌉니다:천리마마트’는 2013년 이 마켓에 처음 소개된 지 6년 만에 드라마로 제작됐다. E-IP 마켓 현장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영상화하기 좋은 콘텐츠들이 매년 늘고 있다”며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5년째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