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성수' 8일 개장
배민 '을지로체' 9일 배포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로 창립 74주년을 맞았다. 현재 3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오설록 등 성공한 브랜드 덕에 젊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아모레퍼시픽이 더 젊어지기 위해 젊은 소비자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는 서울 성수동에 대규모 쇼룸을 열기로 한 것.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 공간
성수역 2번 출구 인근에 8일 문을 여는 이 쇼룸의 이름은 ‘아모레성수’. 가장 큰 특징은 ‘경험’이다. 이곳에서 누구나 아모레 30여 개 브랜드의 2300가지 제품을 무료로 써볼 수 있다. 브랜드 전 제품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것은 화장품 대기업 중에는 처음이다. 일반 체험형 매장과 달리 몇몇 시그니처 제품 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라네즈, 이니스프리, 아이오페 등 아모레가 갖고 있는 30여 개 브랜드 모든 라인의 제품을 샘플로 준다.
뷰티와 관련된 무료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눈, 입술 등 얼굴 부위별로 원하는 화장을 해 주는 ‘메이크업 서비스’, 계절에 맞는 화장법을 배우는 ‘메이크업 클래스’, 아모레퍼시픽 전속 조향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향수를 만들어 보는 ‘향 클래스’ 등이다.
아모레성수는 3개 층에 연면적은 약 1000㎡다. 1층은 조경 공간인 ‘성수가든’과 화장품 샘플 교환권을 받을 수 있는 ‘리셉션’, 아모레 전 제품을 진열한 ‘뷰티 라이브러리’ 등으로 채웠다. 2층은 아모레퍼시픽의 차(茶) 브랜드 ‘오설록’ 매장이다. 3층은 루프톱 공간으로 꾸몄다. 옥상에서 성수동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재생 공간으로서의 성수
아모레퍼시픽이 쇼룸을 성수동에 낸 것은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성수동은 최근 몇 년 새 밀레니얼 세대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공장 지대에 카페와 소규모 편집숍 등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패션쇼도 열리고, 유명 브랜드의 팝업 매장도 들어섰다. 스페셜티 커피 매장 블루보틀 1호점이 이곳에 들어선 것은 상징적이었다.
성수동이 갖고 있는 재생의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성수동은 과거 서울 변두리 공장 밀집 지대에서 최근 문화 예술 지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도시 재생 지역”이라며 “오래됐지만 그래서 오히려 젊은 층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뉴트로’ 감성을 아모레성수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성수가 들어서는 공간도 원래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자리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성수를 알리기 위한 별도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명해지며 뜬 인플루언서 기반의 뷰티 브랜드들이 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 특색을 고스란히 알리기 위해 건물의 낡은 벽과 울퉁불퉁한 천장도 손보지 않고 그대로 남겼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매장을 놀이 공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제품을 자발적으로 찾아내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민, 만선호프 있는 을지로로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옆 금속 골목. 금속·정밀가공에 필요한 공구를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간간이 손글씨 간판을 볼 수 있다. 페인트칠이 빛바랬지만 글씨체는 엇비슷하다. 1960~1970년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이 모두 썼다고 전해진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을지로 금속 골목의 손글씨체를 살려 ‘을지로체’ 폰트를 만들었다. 9일 한글날을 기념해 배달의민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여덟 번째 무료 글꼴이다.
을지로체 개발을 기념해 을지로에서 전시회도 하고 있다. 을지로4가역 1번 출구 부근 금속 골목에 있는 카페 겸 갤러리인 ‘엔에이(N/A) 갤러리’에서 오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전국 골목의 오래된 간판 및 을지로체 탄생 과정, 배달의민족 브랜드 철학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지역명을 따 글씨체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임직원 자녀 이름을 서체 명칭으로 정해왔다. 2012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2014년 ‘주아체’, 2015년 ‘도현체’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모두 다 과거 간판에서 발견한 복고적 느낌을 살린 게 특징이다.
배달의민족이 을지로체를 만든 이유는 최근 ‘뉴트로’로 뜬 을지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을지로는 만선호프, 커피한약방, 인쇄소 골목의 맛집 등이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을지로 골목 간판에 쓰인 손글씨체를 본떠 총 2350개의 기본 글자를 일일이 디자인했다. 배달의민족은 매년 자체적으로 글씨체를 만들고 있다. ‘00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등 기발한 문구를 내세워 마케팅하는 만큼, 문구에 쓰이는 글씨체에도 신경 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유 글씨체를 만든 건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만의 ‘목소리’를 갖기 위한 시도”라며 “글씨체만 봐도 배달의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