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터 난치병·암치료 등 의료분야까지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7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지원할 연구과제 26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비 지원액은 총 330억원이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연구분야에서 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10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는 2013년 1조5000억원을 출연했다.

반기별로 매년 2차례씩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연구과제를 선정해온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과제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187개, 소재기술 분야 182개, ICT 창의과제 분야 191개 등 총 560개 연구과제에 718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올 하반기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생명과학, 물리, 수리 분야 7개 과제가 포함됐다.

이흥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뇌종양 세포를 인지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면역 세포를 연구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뇌종양 치료제 발굴에 나선다.

공수현 고려대 교수는 나노미터(nm·1억분의 1미터) 두께로 얇은 2차원 반도체에 빛을 가둘 때 나타나는 새로운 물리 현상 이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실험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새로운 양자광학 이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폴리효소복합체 해독 연구를, 김재경 KAIST 교수는 생명 시스템의 시계열 빅데이터로부터 다이나믹 네트워크를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동현 포스텍 교수는 포텐셜 키네틱 방정식의 경계조건문제와 평형수렴 연구를, 조철현 서울대 교수와 허원도 KAIST 교수는 각각 특이성의 호몰로지 거울대칭 가설과 그 응용연구, 메신저 리보핵산(RNA) 기능의 시공간 조절원리 및 신생단백질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에 지원을 받는다.

소재기술 분야에서는 반도체 소재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 뿐 아니라 소재 분석, 암 진단·분석 등 폭넓은 연구 분야에서 총 10개 과제를 지원한다.

정경운 재료연구소(KIMS) 박사는 암세포의 전이 특성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유기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암세포의 전이 가능성 예측·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희 UNIST(울산과기원) 교수는 신경망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한다. 이를 위해 원자 단위에서 다중 온오프(on-off) 스위칭이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김동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계, 장비 등에 사용되는 금속이나 복합소재의 파괴 시점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론을 연구한다. 이 연구를 통해 고층건물, 항공기, 선박, 철로 등 대형 구조물의 파괴 시점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돼 물적, 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허남호 경북대 교수는 극소 반치전폭(함수의 폭)을 갖는 디스플레이용 무카드뮴 나노형광체 개발을 진행한다. 최민기 KAIST 교수는 기공 규칙성을 지니는 2D 초미세다공성 탄소 분리막을 연구한다.

ICT 창의과제 분야에서는 뇌신호 해석, 딥러닝 등 미래를 위한 핵심기술 분야에서 총 9개의 과제가 포함됐다.

정은주 한양대 교수는 사람이 음악 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센싱한 후 분석해,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이 연구는 신체 장애로 인해 예술 활동 체험이 제한됐던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재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

정교민 서울대 교수는 연역적 추론이 가능한 AI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현재의 딥러닝 기술은 귀납적 학습 방법에 기반하고 있어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고,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자연어 처리 등 학습되지 않은 돌발 상황에서도 사람처럼 대응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월13일까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0년 상반기에 지원할 연구과제 공모도 진행한다. 기초과학 분야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소재기술과 ICT 창의과제 분야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