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중고차 시장을 대표해온 양대 연합회가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공동 공식 논의에 돌입한다. 아울러 중고차 매매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될 수 있는 방안도 협의키로 했다.

7일 관련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연합회)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연합회)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관련 연석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양대 연합회는 국내 대기업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저지 방안을 공식 의제로 올린다. 특히 대기업 중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저지를 핵심 과제로 다룰 계획이다.

한국연합회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대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특히 차량 제조와 판매를 동시에 하는 현대·기아차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총체적인 협의를 하고자 양대 연합회가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건으로 현대·기아차를 특정하긴 했지만 세부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양대 연합회가 현대·기아차에 각을 세운 것은 양사 차량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전체 중고차 시장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국내 중고차 시장 매물의 절반 이상을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판매 영업망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중고차 사업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미 현대차 계열사의 중고차 관련 시장 진출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중고차 진영은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관리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단일 플랫폼을 통해 차량의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이 수집한 중고차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여러 현대차 계열사가 중고차 관련 생애주기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시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시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기존 중고차업계는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시장 공략 강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자동차 관리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플카'를 선보인 바 있어서다.

플카는 현재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플카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면 정비쿠폰을 나눠준다. 이어 실적이 우수한 중고차 매매 상사를 인증 안심 매매 상사로 지정 관리하며 판매 신뢰도를 쌓고 있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이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 인증중고차 사업도 강화 중이다.

전통의 양대 중고차 연합회가 현대·기아차의 시장 진입 저지를 요구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면서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이해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할 전망이다.

앞선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이하 수입차협회)는 우리 정부의 법적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식 반대에 나선 상태다.
[단독] "중고차=생계형 지정, 위험"…수입차협회, 박영선 장관에 경고

수입차협회는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벌어질 경우,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서도 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나 인수·확장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 2월 중고자동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다만 양대 중고차 연합이 대기업의 진출 저지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외에 선택지는 많지 않다는 업계 시각도 있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천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것”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좌절되면 대기업과 자율적인 상생협약을 맺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기부와 동반위는 실태조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올 연말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여부를 결정지을 계획이다. 지정·재지정·해제 결정권자는 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