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20분의 1 전기통로 6만개 연결…"시스템 설계 편의성 향상"
이재용 온양사업장 방문, 삼성전기 PLP 사업 인수 등 '패키징 역량' 강화
"반도체 패키징도 초격차"…삼성, 3차원 12단 기술 최초 개발
삼성전자는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12단 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3D-TSV)'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기술은 와이어를 이용해 칩을 연결하는 기존 방식(와이어 본딩)과는 달리 반도체 칩 상단과 하단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미세한 전자 이동통로 6만개를 만들어 연결하는 방식이다.

종이(100㎛)의 절반 이하 두께로 가공한 D램 칩 12개를 쌓아 수직으로 연결하는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와이어 본딩' 방식보다 칩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짧아져 속도와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장점도 있다.

이번 기술 개발에 따라 기존 8단 적층 제품(HBM2)과 같은 패키지 두께(720㎛)를 유지하면서도 12개의 D램 칩을 적층할 수 있게 돼 고객사들은 별도의 시스템 디자인 변경 없이도 고성능의 차세대 고용량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고대역폭 메모리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8단에서 12단으로 높임으로써 용량도 1.5배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에 최신 16기가비트(Gb) D램 칩을 적용하면 업계 최대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급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주력 제품으로 양산 중인 8단 8GB 제품보다 용량이 3배 수준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백홍주 부사장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응용처에서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기술 한계를 극복한 이번 기술을 통해 이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기판이나 전자기기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칩이 외부와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칩을 보호하는 일종의 포장 공정이다.
"반도체 패키징도 초격차"…삼성, 3차원 12단 기술 최초 개발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패키징 사업의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I, 자율주행,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제품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동시에 크기는 작아지는 등 기술 난도가 높아지면서 패키징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말 패키지 제조와 연구 조직을 통합한 'TSP(테스트&시스템 패키지) 총괄'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올 6월 삼성전기의 PLP(패널레벨패키징) 사업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과 검사 등 '후공정'을 주로 담당하는 온양·천안 사업장을 직접 찾아 임원진과 위기대응 회의를 주재하면서 패키징 사업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에 따라 '12단 3D-TSV' 기술을 적용한 업계 최대 용량의 24GB급 고용량 HBM 제품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