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지난 4월 DGB를 ‘디지털 글로벌 뱅킹 그룹’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을 활용해 영업 기반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중요한 생존전략으로 제시했다.

대구은행이 SK텔레콤과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핀크’와 합작해 5월 출시한 ‘T 하이파이브(high5) 적금’은 디지털 고객을 겨냥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상품으로 대구은행이 유치한 신규 고객은 지난달 말 기준 7만9200명에 달한다. T 하이파이브 적금 전체 가입자(9만4700명)의 80%가 넘는 수준이다. 가입자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객의 대부분이 대구·경북지역 거주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수도권 고객을 단숨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핀크와 또다시 손잡고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DGB-핀크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대출한도 및 금리를 바로 조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대구은행이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은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디지털 경쟁력을 키울수록 수도권에 지점이 적은 대구은행의 약점을 보완할 기회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말엔 새로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IM뱅크’와 함께 생활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또 다른 플랫폼 ‘IM샵’도 내놨다. IM샵은 계좌 조회나 이체뿐 아니라 간편결제, 부동산 시세조회 등이 가능하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엔 핀테크 업체를 육성하고 협업하겠다며 ‘DGB 피움랩’이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센터를 선보였다. 피움랩은 핀테크(fintech)의 ‘F’와 혁신(innovation)의 ‘I’를 합쳐 만들었다. ‘핀테크 혁신을 꽃피운다’는 의미도 담았다. DGB금융그룹 차원에서 대구은행 제2본점 5층 전체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이곳엔 42마루(AI), 파이어씨드(간편결제), 헥슬란트(블록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로보어드바이저) 등 네 곳이 입주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적인 서비스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