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경기 불안, 저금리, 미·중 무역갈등 등 악재는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낯선 변수도 가세했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 한국 금융은 한쪽 다리에 ‘규제’라는 족쇄까지 달고 뛴다. 금융회사들은 규제 완화를 호소하지만, 정치권엔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여의도라는 공간에 금융가와 국회의사당이 함께 있는 건 아이러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경기 불안, 저금리, 미·중 무역갈등 등 악재는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낯선 변수도 가세했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 한국 금융은 한쪽 다리에 ‘규제’라는 족쇄까지 달고 뛴다. 금융회사들은 규제 완화를 호소하지만, 정치권엔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여의도라는 공간에 금융가와 국회의사당이 함께 있는 건 아이러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 금융산업은 저금리와 국내 시장 포화, 경기 불안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글로벌 경기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저금리 기조는 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예대마진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고 있다. 낮은 수익률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생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도전도 예사롭지 않다. 금융자문 서비스부터 송금·결제까지 금융회사 고유의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스는 지난 7월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누적 가입자 수만도 1500만 명에 달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위기 속 '혁신' 불 밝힌 금융회사
금융회사들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종 정보기술(IT) 인프라, 인력 구축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비용을 건질 만큼 금융상품 가격을 책정하진 못한다.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들이 높은 손해율에도 자동차보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회사들은 ‘혁신’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바꾸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핀테크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획기적인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한 은행의 임원은 “최근 금융회사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업무 프로세스 디지털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위기 속 '혁신' 불 밝힌 금융회사
신한은행은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혁신 중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인공지능(AI)에 맡겨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엔 영업 현장의 업무 처리를 지원하는 지능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AI 몰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AI 몰리는 AI 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의 업무 처리를 돕는 플랫폼이다. 직원이 AI 몰리에서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지능형 맞춤 조회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찾아준다. 업무 처리가 완결될 때까지 단계별로 추가 정보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만든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가 대표적인 디지털 신사업이다. GLN은 국경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송금 및 결제가 가능한 해외결제 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재 세계 14개국 총 58개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GLN으로 결제하면 실시간으로 국가별 환율이 자동 적용된다. 별도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대구은행은 SK텔레콤과 핀테크 업체 ‘핀크’와 합작해 지난 5월 ‘T 하이파이브(high5) 적금’을 출시했다.

국내시장 포화상태…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 특성에 맞춰 두 갈래 전략을 세웠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시장에서는 중소기업 금융과 디지털 뱅킹 분야를 집중 공략해 왔다. 베트남에서는 호찌민 지점의 자본금을 확충해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 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새로 열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금융(IB) 분야에 집중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글로벌 금융 중심 도시에 해외 IB 유닛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올해는 영국 런던, 홍콩에 이어 미국 뉴욕에 세 번째 해외 유닛을 설치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26개국 463개에 달한다. 전 세계 은행 중 20위권이다. 2016년도에 250개 수준이었지만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수익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중심의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선언하고 진출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 왔다. 해외 영업점의 80% 이상이 동남아 국가에 포진해 있다.

챗봇 상담 등 보험 서비스 개선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서비스로 혁신 중이다. 챗봇으로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보험금 청구·지급 절차도 간소화했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보험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보겠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고객들이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활용해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교보생명은 정부의 사물인터넷(IoT) 활성화를 위한 블록체인 시범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병원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이 100만원 미만으로 책정되면 간편인증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7개 병원에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안정화 절차가 끝나면 소비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월 다양한 보험 관련 서비스를 하나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고객 맞춤형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통합 모바일 앱은 업계 최대인 여섯 가지 방식(패턴, 간편비밀번호, 지문, 카카오페이, 휴대폰인증, 공인인증)의 로그인 수단을 적용해 고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