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보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경영 방침 때문이다. ‘디지털과 글로벌의 융합전략’이란 새로운 비전도 정했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만든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가 대표적인 디지털 신사업이다. GLN은 국경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송금 및 결제가 가능한 해외결제 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재 세계 14개국 총 58개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GLN으로 결제하면 실시간으로 국가별 환율이 자동 적용된다. 별도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대만, 5월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주요 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GLN을 세계 금융회사,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로 키우는 게 그룹 차원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모바일로 달러, 유로 등 12종의 외화를 당일 환전 및 수령할 수 있는 ‘환전지갑’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서도 제공하고 있다. 출시 10개월 만에 100만 건 이용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출시한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취급 금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1조256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온라인 신용대출 판매 추이와 비교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KEB하나은행 내부에선 이 상품을 ‘컵라면 대출’로 부른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컵라면이 익는 동안 모바일 신용대출 절차가 끝나도록 하겠다”며 운영 체계를 통째로 바꿨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은 물론 로그인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은행의 거래가 없어도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응용프로그램) 실행 후 3분 만에 대출한도 조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분야 사업을 키우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엔 AI 기반 대화형 뱅킹 서비스 ‘하이(HAI)뱅킹’의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문자나 음성 입력, 촬영을 통해 금융 거래를 요청하고 챗봇(채팅로봇)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자금이체, 조회, 환전, 해외송금, 공과금 납부, 상품 가입까지 모두 하이뱅킹을 통해 가능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까지 디지털 인력 12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 행장은 “직원 1만3000여 명 중 2000명가량은 코딩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