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성장 멈춘 배라와 던킨…한국 SPC그룹은 어떻게 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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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랜드의 한국화
"지루한 브랜드는 오래 못간다"
디즈니·픽사와 '파격 콜라보'
"지루한 브랜드는 오래 못간다"
디즈니·픽사와 '파격 콜라보'
경기 성남시 서현역 로데오 상권은 10~20대들의 놀이터다. 이곳에는 지난 8월부터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핫플레이스’가 생겼다. 배스킨라빈스의 ‘심슨 가족’ 콘셉트 매장. 간판에는 ‘트라이비전 입체 벽면’ 기술이 적용돼 심슨 만화의 장면들이 반복해 돌아가며 나타난다. 매장에서는 ‘심슨에 반하나’ 등의 컬래버레이션 아이스크림과 굿즈를 판다. 콘셉트 매장으로 바꾼 뒤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30년 전 한국에 상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 내 비알코리아의 현지화 전략과 ‘푸드테인먼트’ 등 창의적 마케팅, 제조 역량이 합쳐진 결과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브랜드인 던킨도너츠도 부진을 딛고 성장세로 돌아섰다.
SPC그룹, 30년 전 한국에 소개
배스킨라빈스는 1946년, 던킨도너츠는 1950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유년시절을 함께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두 브랜드를 보유한 던킨브랜즈 그룹은 60개국에서 2만9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선진국에서는 수요가 늘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도 전체 성장을 이끌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던킨브랜즈가 기록한 매출은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던킨브랜즈 그룹은 전체 해외 매출 중 38%를 한국에서 거둬들인다. 배스킨라빈스만 분리해서 보면 글로벌 매출의 74%가 한국에서 나온다. 미국을 제외하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국가별 매장 수는 한국이 1위다.
첫 번째 비결은 현지화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올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지금까지 개발한 아이스크림 메뉴 수는 1000가지가 넘는다. ‘쌀떡궁합’ ‘아빠는 딸바봉’ ‘심슨에 반하나’ 등 연간 70~80종의 신제품을 자체 개발한다. 한국에만 있다. 던킨도너츠도 매달 3~5종의 도넛 신제품과 음료 등 연간 60~70종의 신제품을 내놓는다. 맛과 재미 함께 주는 공간 제공
제품 개발은 광고 프로모션팀, 상품기획팀, 디자인팀, R&D연구소 등이 함께 한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1년 전에 미리 마케팅 계획을 잡고 원재료 선정부터 제품의 이름과 프로모션 주제 선정까지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진행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신제품 전략은 파리바게뜨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지루한 브랜드는 오래 못간다”는 게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늘 새롭게, 재미를 주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는 제품만큼 다양한 재미를 주는 ‘푸드테인먼트’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현재 일곱 곳의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브라운청담점은 먹거리와 놀거리를 결합했고, 세로수길점은 미국 뉴욕 길거리를 연상케 하는 그라피티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누피 캐릭터를 활용한 인천공항터미널점과 부산태화점, ‘심슨 가족’과 컬래버레이션한 서현로데오점도 있다.
과감한 콘텐츠 투자
푸드테인먼트를 위해 비알코리아는 콘텐츠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콜라보 제품 출시를 위해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21세기폭스TV 등과 직접 라이선스 계약도 맺었다. 던킨도너츠는 작년과 올해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인 BT21, 뽀빠이, 세서미스트리트, 라인프렌즈, 토이스토리, 땅콩잼 브랜드 스키피 등과 함께 도넛 제품을 만들었다. 배스킨라빈스도 스누피, 미니언즈, 핑크퐁, 헬로키티 등과 협업했다. 중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계약이 쉽지 않지만 SPC그룹의 지명도가 큰 힘이 됐다.
한국 배스킨라빈스의 콜라보 전략을 미국 본사가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겼다. 미국 배스킨라빈스는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고 프로모션에 나섰다. 협업하는 것마다 히트상품 대열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는 크라운제과, 서울우유, GS25 등이 비알코리아에 원료를 공급하거나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지화, 협업, 푸드테인먼트 등이 가능했던 가장 기초적인 힘은 SPC그룹의 제조 역량에서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SPC삼립의 튼튼한 제조 역량은 어떤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와도 현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배스킨라빈스는 1946년, 던킨도너츠는 1950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유년시절을 함께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두 브랜드를 보유한 던킨브랜즈 그룹은 60개국에서 2만9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선진국에서는 수요가 늘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도 전체 성장을 이끌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던킨브랜즈가 기록한 매출은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던킨브랜즈 그룹은 전체 해외 매출 중 38%를 한국에서 거둬들인다. 배스킨라빈스만 분리해서 보면 글로벌 매출의 74%가 한국에서 나온다. 미국을 제외하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국가별 매장 수는 한국이 1위다.
첫 번째 비결은 현지화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올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지금까지 개발한 아이스크림 메뉴 수는 1000가지가 넘는다. ‘쌀떡궁합’ ‘아빠는 딸바봉’ ‘심슨에 반하나’ 등 연간 70~80종의 신제품을 자체 개발한다. 한국에만 있다. 던킨도너츠도 매달 3~5종의 도넛 신제품과 음료 등 연간 60~70종의 신제품을 내놓는다. 맛과 재미 함께 주는 공간 제공
제품 개발은 광고 프로모션팀, 상품기획팀, 디자인팀, R&D연구소 등이 함께 한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1년 전에 미리 마케팅 계획을 잡고 원재료 선정부터 제품의 이름과 프로모션 주제 선정까지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진행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신제품 전략은 파리바게뜨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지루한 브랜드는 오래 못간다”는 게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늘 새롭게, 재미를 주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는 제품만큼 다양한 재미를 주는 ‘푸드테인먼트’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현재 일곱 곳의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브라운청담점은 먹거리와 놀거리를 결합했고, 세로수길점은 미국 뉴욕 길거리를 연상케 하는 그라피티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누피 캐릭터를 활용한 인천공항터미널점과 부산태화점, ‘심슨 가족’과 컬래버레이션한 서현로데오점도 있다.
과감한 콘텐츠 투자
푸드테인먼트를 위해 비알코리아는 콘텐츠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콜라보 제품 출시를 위해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21세기폭스TV 등과 직접 라이선스 계약도 맺었다. 던킨도너츠는 작년과 올해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인 BT21, 뽀빠이, 세서미스트리트, 라인프렌즈, 토이스토리, 땅콩잼 브랜드 스키피 등과 함께 도넛 제품을 만들었다. 배스킨라빈스도 스누피, 미니언즈, 핑크퐁, 헬로키티 등과 협업했다. 중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계약이 쉽지 않지만 SPC그룹의 지명도가 큰 힘이 됐다.
한국 배스킨라빈스의 콜라보 전략을 미국 본사가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겼다. 미국 배스킨라빈스는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고 프로모션에 나섰다. 협업하는 것마다 히트상품 대열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는 크라운제과, 서울우유, GS25 등이 비알코리아에 원료를 공급하거나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지화, 협업, 푸드테인먼트 등이 가능했던 가장 기초적인 힘은 SPC그룹의 제조 역량에서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SPC삼립의 튼튼한 제조 역량은 어떤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와도 현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