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신해철씨의 손해배상금액은 12억9800만원이다. 병원에서 배상금을 주지 않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우선 지급한 뒤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돌려 받아야 한다. 이런 사례가 100여건에 이르지만 상당수 의료기관이 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자유한국당, 충남 아산갑)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불한 42억3300만원의 배상금 중 돌려받은 것은 2억9500만원(7%)에 불과했다.

의료사고를 낸 의사나 의료기관 대신 중재원이 환자에게 배상금을 대불한 사례는 96건이다. 이 중 의사나 의료기관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7건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이 돈을 주지 않은 이유는 폐업이 71건으로 가장 많았다. 회생·파산절차가 12건, 분할납부 신청이 9건, 채무자 사망으로 인한 미이행이 4건이었다.

이 의원은 "가수 신해철씨의 의료사고에 대해 지난 6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면서 지급할 대불청구액은 12억9800만원으로, 최고액인 8억4500만원을 갱신할 것"이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대불청구에 대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중재원은 국내 건강보험 환자를 보는 의료기관들로부터 돈을 받아 대불금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대불금 지출이 늘면서 재원이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네의원 2만9675곳에 각각 7만9300원씩 23억5000만원, 이보다 큰 병원 1384곳에 47만7860원씩 6억6000만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 같은 대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재원 충당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불 구상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필요 대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