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옥살이' 화성 8차사건 범인, 재심까지 넘어야할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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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사건 체모 주인은 B형·이춘재는 O형…불일치 극복해야
윤모씨 "혹독한 고문에 허위진술"…30년 지나 억울함 호소
재심 요건 매우 까다로워…개시 여부는 '미지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범인 윤모(검거 당시 22)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준비할 뜻을 밝히면서 재심 개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 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했으므로 재심이 열리면 윤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반면, 재심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탓에 개시 자체가 어려우리란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심 사유는 ▲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참여한 자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적시된 7가지이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그는 석 달 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최근 이 씨의 자백이 나오자 그간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하는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윤 씨가 재심 절차를 밟는다고 가정할 경우, 그는 이 씨의 자백에 따른 '새로운 증거의 발견'을 재심 사유로 들어 관련법에 따라 원판결을 내린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화성 8차 사건과 관련, 재심 개시 요건에 해당하거나 이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근거가 나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과거사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심의 개시는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심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는 이 씨의 자백 내용의 신빙성 및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한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이 씨의 자백과 윤 씨의 부인만으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
이들 진술을 뒷받침할 보다 더 객관적인 보강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경찰은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동원, 윤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과학적으로 사건을 풀어낸 바 있다.
이 체모의 주인은 혈액형이 B형이며, 체모에 다량의 티타늄이 함유돼 있었는데, 범행을 자백한 이 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화성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이씨가 특정되기 이전에도 혈액형과 관련한 혼선이 있었다.
애초 경찰은 화성사건 전체를 B형의 범죄자 소행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O형인 이씨는 한때 용의 선상에 오르고도 검거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8차 사건은 나머지 9차례의 화성살인과 달리 유일하게 실내에서 벌어진 살인이어서 혈액형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점에서 B형과 O형 사이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재심 가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씨의 자백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이 씨를 상대로 연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그의 진술과 현장의 증거물이 불일치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
화성 8차 사건의 증거물 등 관련 자료가 모두 폐기된 상황이어서 새로운 증거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만한 구체적인 정황 진술 등이 나온다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편 앞서 형사사건으로 재심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수원 노숙소녀 사망 사건' 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사건으로는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200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신혜 씨 사건이 있다.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김 씨가 사법사상 최초였다.
/연합뉴스
윤모씨 "혹독한 고문에 허위진술"…30년 지나 억울함 호소
재심 요건 매우 까다로워…개시 여부는 '미지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범인 윤모(검거 당시 22)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준비할 뜻을 밝히면서 재심 개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 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했으므로 재심이 열리면 윤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반면, 재심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탓에 개시 자체가 어려우리란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심 사유는 ▲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참여한 자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적시된 7가지이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그는 석 달 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최근 이 씨의 자백이 나오자 그간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하는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윤 씨가 재심 절차를 밟는다고 가정할 경우, 그는 이 씨의 자백에 따른 '새로운 증거의 발견'을 재심 사유로 들어 관련법에 따라 원판결을 내린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화성 8차 사건과 관련, 재심 개시 요건에 해당하거나 이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근거가 나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과거사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심의 개시는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심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는 이 씨의 자백 내용의 신빙성 및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한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이 씨의 자백과 윤 씨의 부인만으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
이들 진술을 뒷받침할 보다 더 객관적인 보강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경찰은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동원, 윤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과학적으로 사건을 풀어낸 바 있다.
이 체모의 주인은 혈액형이 B형이며, 체모에 다량의 티타늄이 함유돼 있었는데, 범행을 자백한 이 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화성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이씨가 특정되기 이전에도 혈액형과 관련한 혼선이 있었다.
애초 경찰은 화성사건 전체를 B형의 범죄자 소행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O형인 이씨는 한때 용의 선상에 오르고도 검거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8차 사건은 나머지 9차례의 화성살인과 달리 유일하게 실내에서 벌어진 살인이어서 혈액형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점에서 B형과 O형 사이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재심 가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씨의 자백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이 씨를 상대로 연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그의 진술과 현장의 증거물이 불일치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
화성 8차 사건의 증거물 등 관련 자료가 모두 폐기된 상황이어서 새로운 증거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만한 구체적인 정황 진술 등이 나온다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편 앞서 형사사건으로 재심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수원 노숙소녀 사망 사건' 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사건으로는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200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신혜 씨 사건이 있다.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김 씨가 사법사상 최초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