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디플레이션 징후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커지는 경고음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환·금융위기를 겪는 상황도 아닌데 마이너스 물가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며 “일본 경제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도 디플레이션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에 대해 뒷북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고 했다”며 “한은이 거시경제 관리에서 머뭇거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7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를 인용해 “최근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상당수 응답자가 현재 상황이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이거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며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한은의 의견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디플레이션 징후가 짙어지는 만큼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고 많은 품목으로 확산되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평가하는데 현재는 이 같은 수준이 아니다”면서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질의엔 “통화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올해 한은의 전망치인 2.2%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2.5%가 가능할지는 하방 리스크가 있어 자신있게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선 한은이 지난해 12월 ‘BOK경제연구: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연구자들의 최종 결론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분석이 맞지 않다고 보고 저자들과 상의한 뒤 일부를 고쳤다”고 해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