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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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사랑하는 줄 알고 결혼했던 남편이 여전히 과거의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흔한 설정이지만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A 씨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1년 전 결혼한 A 씨는 남편과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서로의 전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알고 있었다.

A 씨는 "오래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에 넘어갔다"며 "서로 나이가 있어서, 짧은 연애 후 바로 결혼했다"고 전했다.

연애 기간은 짧았지만 워낙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이였기에 결혼 초기에도 갈등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A 씨가 결혼 전에 잘 사용하지 않던 SNS에 접속하게 됐고, 남편이 과거에 전 여자친구에게 작성한 댓글을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됐다.

'과거의 글은 좀 지우지'라는 생각과 함께 '실수할 수도 있지'란 마음이 들어, 속은 상했지만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여행을 가면서 남편이 A 씨에게 "기억나? 우리 둘이 여기왔잖아"라고 말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A 씨는 남편과 과거에 해당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쇼핑센터에 방문했을 때 남편이 포인트 적립을 위한 번호를 묻자 무의식적으로 전 여자친구의 번호를 말하면서 A 씨의 분노는 폭발했다. A 씨의 것이라고 말했던 번호가 사실 전 여자친구의 것이었던 것.

A 씨는 "결혼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전 여자친구 번호를 기억하는 걸 어디까지 실수라고 이해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며 "제 자존감이 무너지고, 대체 그 여자랑 결혼하지 왜 나에게 고백하고 결혼했나 싶다. 분하다"면서 심경을 전했다.

A 씨의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SNS와 여행지 실수는 그럴 수 있는데, 전화번호는 문제가 있다"며 남편의 행동을 비판했다. "지금도 다시 만나는 것 아닌가", "최소 남편 마음이 정리 안된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전 여자친구의 번호를 기억했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아내의 번호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1년 넘게 같이 산 아내 번호보다 전 여자친구 번호가 익숙하다는 건 심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나중에 아이를 낳고, 아이 이름도 헷갈려 전 여자친구 이름 부를 사람"이라고 남편의 행동을 비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래 만나다 헤어지면 그렇게 실수 할 수 있다", "바람을 폈다기 보단 그냥 멍청해서 그렇다. 진짜 만난다면 더 철저하게 숨길 것"이라고 옹호하는 발언도 있었다.

위의 사례만 놓고 봤을 때, 법적으로 현재까지 남편의 행동으로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되기 힘들다.

민법 제840조에서 정하고 있는 이혼 사유로는 6개의 항목이 있는데, △배우자의 불륜이나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하지 않을 때,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 모욕해서 결혼 생활이 힘들고, △배우자의 직계 존속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학대, 모욕 등을 받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고, △경제적 파탄이나 정신적 파탄, 육체적 파탄으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단순히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행위로는 이혼 사유가 되기 어렵다. 다만 소송을 거치지 않고, 부부가 합의로 이혼을 진행하는 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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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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