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8일 오후 5시56분

부산 기반의 중견 건설회사인 반도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5.06%를 취득했다. 반도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은 8일 한진칼 지분 총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호개발이 2.46%, 한영개발과 반도개발이 각각 1.75%, 0.85%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그룹 계열사인 이들 3곳은 지난달 30일 기준 한진칼 주식 총 295만5000주(4.99%)를 보유하고 있다가 한영개발이 지난 1일 4만 주(0.07%)를 장내매수하면서 지분 5% 이상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한진칼 지분 취득 배경은 경영참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 취득”이라고 공시했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반도종합건설의 100% 자회사다. 반도종합건설은 그룹 주력회사인 반도건설과 함께 지주회사 반도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반도개발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아들 권재현 씨가 최대주주인 골프장 운영업체다.

일각에선 반도그룹이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와 연대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그룹이 KCGI와 사전 협의를 거쳐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그룹에 재무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최근 공시 기준 15.98%다.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대할 자금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유보라’ 브랜드로 알려진 반도건설의 경우 작년 1조5663억원의 매출에 30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2.34%)을 포함하는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은 현재 한진칼 지분 28.93%를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분율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17.84%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올 상반기부터 한진칼 지분 매입에 뛰어든 미국의 델타항공은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