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투쟁…"나치 때 떼인 보험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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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 등 상대로 30조원 추정 미지급 보험금 청구 추진
美의회에 관련법 촉구…보험사들, 겉으론 "과거 회피 않을 것"
미국 홀로코스트생존자재단(HSF)의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하에츠테르(90) 씨는 1930년대 슬로바키아에서 100명이 넘는 친지들 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났을 때 대가족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다른 가족은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학살당하거나 나치 친위대(SS)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스하에츠테르 회장은 나치 치하를 겪으며 비단 가족뿐 아니라 소유하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그중에는 학살당한 친지들이 가입한 생명보험도 포함돼 있다.
그처럼 미국에 거주하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이 나치 치하 이전에 가입한 보험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 당시 보험사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AP통신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과 이들의 유족이 나치 시대 이전에 가입한 생명 보험 등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며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 등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하고 싶어한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SF에 따르면 나치 시대 보험사들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과 그들의 유족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은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25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미지급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 보험사를 미국 법정에 세우려 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미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재단은 20년 가까이 의회에 관련 법의 제정 등을 요청해왔으나, 아직 의회는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 하원은 과거 관련 법안 여러 건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어떤 법안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스하에츠테르 회장은 "이는 인간성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들은 이 문제를 덮으려 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죽어가고 있고, 몇 명 남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를 맞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외곽에서 한자리에 모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최근 열린 미 상원 사법위원회 공청회가 보험금 문제를 풀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HSF의 마이애미-데이드 지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머멜슈타인(90)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미국 법 아래에서 '2등 시민'으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염원과 달리 이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2차대전 종전 후 홀로코스트와 1933∼1945년 히틀러 통치 시대의 피해자들에게 현재까지 수억 달러를 보상했다.
미국의 지원으로 1990년대에 설립된 기구인 '국제 홀로코스트시대 손해배상청구위원회'가 피해자에게 보상한 돈만 3억500만 달러(약 3천650억원)에 이른다.
이 기구는 또한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명목으로 2억 달러(2천400억원)를 지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험사들 역시 이들 생존자의 법정 투쟁 가능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알리안츠와 제네랄리는 국제 홀로코스트시대 손해배상청구위원회의 조치는 "최종적인 것"으로, 보험에 대한 문제도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이들 보험사는 한편으로는 입증 가능한 청구가 제기된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 전쟁통에 다수의 자료가 파손된 것을 고려할 때 보험 가입 사실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험증서, 사망 진단서 등의 서류 원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 진단서의 경우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아예 발급 자체가 불가능했던 실정이다.
과거 나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종전 후 세계적 보험사로 자리매김한 알리안츠는 그러면서도 AP통신의 질의에 과거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회장은 1933년 히틀러 내각의 경제장관으로 입각한 바 있다.
제네날리 역시 "홀로코스트 피해자들과 그들의 상속자들의 청구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확고부동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의회의 법안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과 함께 2차대전 전에 유대인이 가입한 보험 리스트를 보험사가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나치 정부의 효율성과 꼼꼼한 기록 관리 관행을 고려하면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생존자들의 인식이다.
/연합뉴스
美의회에 관련법 촉구…보험사들, 겉으론 "과거 회피 않을 것"
미국 홀로코스트생존자재단(HSF)의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하에츠테르(90) 씨는 1930년대 슬로바키아에서 100명이 넘는 친지들 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났을 때 대가족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다른 가족은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학살당하거나 나치 친위대(SS)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스하에츠테르 회장은 나치 치하를 겪으며 비단 가족뿐 아니라 소유하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그중에는 학살당한 친지들이 가입한 생명보험도 포함돼 있다.
그처럼 미국에 거주하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이 나치 치하 이전에 가입한 보험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 당시 보험사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AP통신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과 이들의 유족이 나치 시대 이전에 가입한 생명 보험 등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며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 등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하고 싶어한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SF에 따르면 나치 시대 보험사들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과 그들의 유족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은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25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미지급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 보험사를 미국 법정에 세우려 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미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재단은 20년 가까이 의회에 관련 법의 제정 등을 요청해왔으나, 아직 의회는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 하원은 과거 관련 법안 여러 건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어떤 법안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스하에츠테르 회장은 "이는 인간성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들은 이 문제를 덮으려 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죽어가고 있고, 몇 명 남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를 맞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외곽에서 한자리에 모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최근 열린 미 상원 사법위원회 공청회가 보험금 문제를 풀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HSF의 마이애미-데이드 지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머멜슈타인(90)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미국 법 아래에서 '2등 시민'으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염원과 달리 이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2차대전 종전 후 홀로코스트와 1933∼1945년 히틀러 통치 시대의 피해자들에게 현재까지 수억 달러를 보상했다.
미국의 지원으로 1990년대에 설립된 기구인 '국제 홀로코스트시대 손해배상청구위원회'가 피해자에게 보상한 돈만 3억500만 달러(약 3천650억원)에 이른다.
이 기구는 또한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명목으로 2억 달러(2천400억원)를 지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험사들 역시 이들 생존자의 법정 투쟁 가능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알리안츠와 제네랄리는 국제 홀로코스트시대 손해배상청구위원회의 조치는 "최종적인 것"으로, 보험에 대한 문제도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이들 보험사는 한편으로는 입증 가능한 청구가 제기된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 전쟁통에 다수의 자료가 파손된 것을 고려할 때 보험 가입 사실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험증서, 사망 진단서 등의 서류 원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 진단서의 경우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아예 발급 자체가 불가능했던 실정이다.
과거 나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종전 후 세계적 보험사로 자리매김한 알리안츠는 그러면서도 AP통신의 질의에 과거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회장은 1933년 히틀러 내각의 경제장관으로 입각한 바 있다.
제네날리 역시 "홀로코스트 피해자들과 그들의 상속자들의 청구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확고부동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의회의 법안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과 함께 2차대전 전에 유대인이 가입한 보험 리스트를 보험사가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나치 정부의 효율성과 꼼꼼한 기록 관리 관행을 고려하면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생존자들의 인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