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모멘텀 살릴 방안 주로 얘기"…'스톡홀름 노딜' 이후 대응 주목
美 "3국간 긴밀 대북조율 중요성 재확인"…韓도 "3국 협력 의견 교환"
한일 협의도 별도로 개최…美국무부, FFVD 대신 '완전한 비핵화' 표현
한미일 북핵수석 美서 양자·3자협의…"북미협상 대응 논의"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사흘만인 8일(현지시간) 한미일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미 워싱턴DC에서 만나 향후 대응 방향 및 3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간 3자 협의는 물론 한미, 한일 협의 등 연쇄 양자 협의도 진행됐다.

미 국무부는 "3국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북 조율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고 외교부도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미 실무협상 등 최근 북한 관련 동향 및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 및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한미일 및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미일·한미일 간 이뤄진 협의를 확인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한미·미일, 그리고 한미일 3국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북 조율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연쇄 협의는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스톡홀름 협상에 대한 내용 공유 및 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 대응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양자·3자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하면 지금부터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 나가느냐에 대해서 주로 얘기했다"면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과정의 한미공조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한미공조는 잘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한미 간, 미일 간 동맹 및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스톡홀름 노딜'로 인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한번 중대한 갈림길에 놓인 상황에서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대북대응을 위한 삼각 공조를 재확인한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미국이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일간 지속적인 대북 삼각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도 불구, 한일 갈등이 한미일 3국 간 대북 공조 전선에는 여파를 미쳐서는 안 된다는 미국 측 의지를 반영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월 이 본부장의 방미 기간에도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동에 더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간 3자 회동이 이뤄진 바 있으나 당시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한미일 3자 회동에 대한 언급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그동안 한일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양국에 주문하면서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해 한미일간 대북 공조에 균열이 초래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이 본부장은 이날 다키자키 국장과도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 본부장이 미국에서 한일 협의를 별도로 한 건 드문 일로, 한일 간 갈등 국면에서도 양국 북핵수석대표가 대북 대응을 놓고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본부장은 또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도 면담하고 북핵·북한 문제 및 양국 간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그동안 한일 북핵수석대표의 회동을 비롯, 보도자료 배포시 주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써 왔으나 이날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미국이 빈 손으로 나왔다'며 강력 반발, '선(先) 적대정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FFVD'라는 표현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등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가 써온 표현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