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1위 라임운용 '흔들'…'제2의 DLS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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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0억 규모 펀드 환매 중단…헤지펀드 '신뢰의 위기'
유동성 떨어지는 CB·BW 편입
환매 자유로운 개방형펀드로 판매
유동성 떨어지는 CB·BW 편입
환매 자유로운 개방형펀드로 판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인 라임자산운용의 이번 대규모 환매 중단 조치로 지난 몇 년간 승승장구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에도 찬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말 처음 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 들어 증시 급락에다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체 운용업계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시중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해외 금리형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성 떨어지는 개방형 펀드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약 9000억원)와 ‘테티스 2호’(약 2000억원) 펀드는 각각 사모사채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지닌 상품) 자산을 주로 담고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사채와 달리 운용사가 채권 발행회사와 직접 인수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익률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쉽지 않다. CB와 BW도 대부분 1년에서 1년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했을 땐 만기(일반적으로 3년)까지 보유하는 게 오히려 낫다.
문제는 라임운용이 이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인투자자에게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로 팔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모사채나 메자닌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방형 펀드로 부적합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라임운용 측은 이 같은 문제를 재간접 방식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사모사채와 메자닌에 투자하는 모펀드를 조성하고 모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자(子)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환매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 환매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라임운용 관계자는 “CB·BW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들인데 8월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주식 전환이 어렵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누구는 환매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아 수익자 형평성을 위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손실을 보지는 않더라도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3년 정도까지 투자 자금이 고스란히 묶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이 기본적으로 채권인 만큼 발행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하지만 “증시가 반등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을 만기까지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두 달간 현장조사를 거쳐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운용사와 판매사 측 책임을 따져보고 제재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헤지펀드 신뢰 무너지나”
이번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3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정부의 규제 완화등에 힘입어 지난 8월 말 35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8월 증시 급락과 라임운용의 편법적인 수익률 조작 의혹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9월 말 현재 순자산이 34조9000억원으로 뒷걸음질했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수익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원금만이라도 돌려달라는 고객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중은행의 DLS·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 펀드 환매 중단이 장기화되면 사모펀드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 채권, 부동산, 파생금융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쇼트’나 기업공개(IPO), 메자닌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활용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하지만 올 들어 증시 급락에다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체 운용업계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시중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해외 금리형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성 떨어지는 개방형 펀드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약 9000억원)와 ‘테티스 2호’(약 2000억원) 펀드는 각각 사모사채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지닌 상품) 자산을 주로 담고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사채와 달리 운용사가 채권 발행회사와 직접 인수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익률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쉽지 않다. CB와 BW도 대부분 1년에서 1년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했을 땐 만기(일반적으로 3년)까지 보유하는 게 오히려 낫다.
문제는 라임운용이 이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인투자자에게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로 팔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모사채나 메자닌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방형 펀드로 부적합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라임운용 측은 이 같은 문제를 재간접 방식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사모사채와 메자닌에 투자하는 모펀드를 조성하고 모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자(子)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환매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 환매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라임운용 관계자는 “CB·BW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들인데 8월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주식 전환이 어렵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누구는 환매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아 수익자 형평성을 위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손실을 보지는 않더라도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3년 정도까지 투자 자금이 고스란히 묶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이 기본적으로 채권인 만큼 발행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하지만 “증시가 반등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을 만기까지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두 달간 현장조사를 거쳐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운용사와 판매사 측 책임을 따져보고 제재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헤지펀드 신뢰 무너지나”
이번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3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정부의 규제 완화등에 힘입어 지난 8월 말 35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8월 증시 급락과 라임운용의 편법적인 수익률 조작 의혹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9월 말 현재 순자산이 34조9000억원으로 뒷걸음질했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수익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원금만이라도 돌려달라는 고객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중은행의 DLS·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 펀드 환매 중단이 장기화되면 사모펀드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 채권, 부동산, 파생금융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쇼트’나 기업공개(IPO), 메자닌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활용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