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벨화학상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스탠리 휘팅엄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 교수와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오스틴대 교수, 배터리를 상용화한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 겸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 등 세 명이 공동 수상했다. 일본은 과학 부문에서 24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9일 “무선통신이 가능한 사회,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구현할 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이들을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전기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번 수상자 세 명의 역할은 비교적 확실하게 나뉜다. 휘팅엄 교수가 배터리를 처음 탄생시켰고, 구디너프 교수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요시노 교수는 이를 상용화했다. 이들 세 명의 합작으로 1991년 리튬이온 배터리가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했다.

휘팅엄 교수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배터리 시스템을 처음 고안했다. 가장 가볍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금속인 리튬을 사용하면 휴대할 수 있는 작은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였다.

그는 이황화티타늄을 사용해 양극을 만들고, 음극에 리튬 금속을 입혀 2V가 넘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리튬의 금속 반응성이 너무 커서 폭발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구디너프 교수는 전지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양극에 황화물이 아니라 산화물 계열 사용 가능성을 처음 발견하고 1980년 양극에 산화코발트를 입혀 4V 이상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구디너프 교수 밑에서 2006~2010년 박사후과정을 밟았던 김영식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배터리의 발전량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는 것은 에너지공학적으로 엄청난 성과”라고 설명했다.

요시노 교수는 1985년 처음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했다. 리튬이온 층간에 석유코크스계 흑연을 끼워넣어 폭발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그는 기업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샐러리맨 연구자’다. 교토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이 회사에 재직 중이다. 그는 이곳에서 배터리 관련 분야 연구를 맡고 있다. 이로써 역대 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24명으로 늘었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