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첨단기술을 얹겠습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장(사장·사진)은 지난해 주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가폰 얘기를 자주 꺼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저가폰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였다. 올초 삼성전자는 중저가폰 라인을 재정비했다. 중저가폰 스마트폰 브랜드를 ‘갤럭시A’로 통합하고, 온라인 판매 전용폰 갤럭시M 시리즈도 내놨다.

타깃을 넓게 가져가는 전략의 성과는 실적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시장 예측을 월등히 뛰어넘는 7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갤럭시A로 심기일전에 성공한 IM부문이 실적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게 업계 평가다.
인도서 샤오미 따라잡나

삼성전자는 올해만 12종의 갤럭시A 시리즈를 내놨다. 갤럭시A 모델은 10만원에서 90만원대다. 100만원이 채 넘지 않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한국뿐 아니라 ‘가성비’를 따지는 유럽이 타깃 시장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은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갤럭시A 팬층이 두텁다.

갤럭시A의 장점은 가격만이 아니다.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제품에서나 볼 법한 기능들이 즐비하다. ‘갤럭시 A9’에는 쿼드 카메라, ‘갤럭시 A70s’에는 트리플 카메라가 들어간다.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 A80’에는 플래그십 제품을 제치고 갤럭시 제품 중 처음으로 로테이팅(회전) 카메라가 적용됐다. 갤럭시A 시리즈만으로도 수준 높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저가폰 프리미엄 전략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삼성 팬으로 만들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5.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 샤오미(28.3%)와의 점유율 격차를 3%포인트까지 좁혔다. 2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도 40.6%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33.9%)보다 6%포인트 넘게 점유율을 올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중저가폰 비중도 늘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에서 56%를 차지했다. 1분기(24%)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돌파구로 떠오른 ‘갤럭시A’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 상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파이’가 더 이상 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 2억913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 대’ 저지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가 전략 방향을 손질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바뀐 전략의 핵심은 양수겸장이다. 그동안 잘해온 플래그십 모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도 함께 공략하는 게 고 사장의 복안이다.

갤럭시A 시리즈의 수익성 딜레마에서도 벗어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갤럭시A 점유율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전략이 바뀌면서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태국 방콕, 이탈리아 밀라노,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서 갤럭시A 시리즈 공개 행사 ‘A 갤럭시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만년 조연이었던 갤럭시A가 주연 자리를 꿰찬 셈이다. 태국 행사에는 고 사장이 직접 나서 갤럭시A 시리즈를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점유율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고 사장은 지난 8월 열린 갤럭시노트10 언팩 행사장에서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라며 “생명을 먼저 챙기고 그다음이 인격”이라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