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타결 열쇠…상대 '직간접 욕구'를 채워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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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협상전략 (2)
통합적 해법이 답이다
협상전략 (2)
통합적 해법이 답이다
협상할 때 상대와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고 나면 뭘 해야 할까. 양측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합적 해법이라 한다.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줘야 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려면 1차적으로 그의 직접적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직접적 욕구를 채워주기 어렵다면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켜서 합의를 유도할 수 있다.
상대가 꿩 두 마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에게 꿩 두 마리를 준다면 직접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꿩 대신 닭 세 마리와 메추리 두 마리를 건넨다면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상대는 자신이 원하던 꿩 두 마리를 얻지 못했지만, 대신 닭 네 마리와 메추리 두 마리를 얻어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된다.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장면이다. 읍내로 가는 외길에서 농민 둘이 다투고 있다. 한 사람은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려고 길을 가로질러 호스를 깔아놓은 농민이다. 그는 경운기가 뭉개고 지나가 호스를 터뜨리니 지나다니지 말라고 요구한다. 상대방은 읍에 물건을 내다 팔려면 경운기가 지나갈 수밖에 없다며 다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봉두 선생은 길을 파서 호스를 묻고 덮어버린다.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선생님이 굉장히 똑똑해!”라며 감탄한다.
경운기를 지나가지 말라고 주장하는 농민의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는 것이다. 경운기가 지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민의 직접적 욕구는 내다팔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다. 김봉두 선생은 호스를 땅에 묻어 한 사람은 문제 없이 물을 대개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물건을 운반할 수 있게 했다. 양측의 직접적 욕구를 충족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모두의 욕구 충족돼야 협상이 타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한 장면. 여주인공이 임신하자 시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두라고 한다. 여주인공은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이를 두고 가족 투표를 하기로 한다. 여주인공의 시댁에는 시숙 부부가 아들과 함께 얹혀살고 있다. 여주인공은 이들 부부에게 직장을 계속 다니는 데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시숙은 형수(여주인공의 시어머니)와 이미 약속했으므로 직장생활 유지에 반대표를 던지려고 한다. 이때 여주인공은 찬성해준다면 명문대 다니는 자기 동생이 시숙 아들에게 무료 과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시숙은 찬성으로 마음을 바꾼다.
질부의 직장생활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시숙의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형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여주인공은 시숙 아들에 대한 무료 과외라는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켜 그의 마음을 돌린다. 찬성으로 마음을 바꾼 시숙은 비록 형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무료 과외라는 이득을 얻어 간접적 욕구가 충족된다. 시숙은 질부와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자신의 입장을 바꿔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르고 있었다. 여주인공은 시숙이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간접적 욕구를 공략해서 마음을 바꾸게 했다.
협상을 하면서 상대의 직접적 욕구나 간접적 욕구 중 어느 하나만 충족시켜 타결에 이르기보다는 둘 다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협상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자.
2012년 최종문 대사가 스리랑카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스리랑카에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 현지 방송사에 찾아가 드라마 ‘대장금’ 방영을 권유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드라마를 수입할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여기서 양측의 주장 아래 깔린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최 대사는 ‘한류 확산’, 방송사는 ‘예산 부족’이었다. 최 대사는 방송사의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통합적 해법을 제안했다.
상대가 승리감을 맛보게 하라
대사관의 예산으로 대장금을 구입해 방송한 뒤 수익이 나면 그 중 40%는 대사관과 나눠 자선사업에 쓰자고 했다. 아울러 프라임 타임에 방영하고, 더빙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문맹률이 높고 자막을 거의 보지 않는 현지의 문화적 습관을 반영한 것이었다. 프라임 타임 방영은 최 대사가 양보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99%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장금을 방영할 때면 전화도 자제하고 주부들이 저녁을 차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스리랑카에 한류 열풍이 일었다. 최 대사는 예산 부족이라는 방송사의 직접적 욕구를 해소시킴과 동시에 자선사업 전개라는 간접적 욕구도 충족시켜 협상에 성공했다.
협상 타결의 열쇠는 상대가 쥐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에게 줘야 한다. 상대가 원하던 것보다 더 많이 줄 때 장기적인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것은 근시안적 처사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협상 상대일수록 한번 보고 마는 경우보다 계속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협상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상대방에게 보복하려 하거나, 다시는 협상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상대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편은 손해를 보는 협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협상에 능한 사람은 상대가 만족한 상태로 협상장을 떠나게 한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내가 더 큰 이익을 봤어!’ 또는 ‘내가 이겼어!’라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상대의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켜줄 때 상대는 승리감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향후에도 다시 협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권상술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상대가 꿩 두 마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에게 꿩 두 마리를 준다면 직접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꿩 대신 닭 세 마리와 메추리 두 마리를 건넨다면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상대는 자신이 원하던 꿩 두 마리를 얻지 못했지만, 대신 닭 네 마리와 메추리 두 마리를 얻어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된다.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장면이다. 읍내로 가는 외길에서 농민 둘이 다투고 있다. 한 사람은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려고 길을 가로질러 호스를 깔아놓은 농민이다. 그는 경운기가 뭉개고 지나가 호스를 터뜨리니 지나다니지 말라고 요구한다. 상대방은 읍에 물건을 내다 팔려면 경운기가 지나갈 수밖에 없다며 다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봉두 선생은 길을 파서 호스를 묻고 덮어버린다.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선생님이 굉장히 똑똑해!”라며 감탄한다.
경운기를 지나가지 말라고 주장하는 농민의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는 것이다. 경운기가 지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민의 직접적 욕구는 내다팔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다. 김봉두 선생은 호스를 땅에 묻어 한 사람은 문제 없이 물을 대개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물건을 운반할 수 있게 했다. 양측의 직접적 욕구를 충족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모두의 욕구 충족돼야 협상이 타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한 장면. 여주인공이 임신하자 시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두라고 한다. 여주인공은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이를 두고 가족 투표를 하기로 한다. 여주인공의 시댁에는 시숙 부부가 아들과 함께 얹혀살고 있다. 여주인공은 이들 부부에게 직장을 계속 다니는 데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시숙은 형수(여주인공의 시어머니)와 이미 약속했으므로 직장생활 유지에 반대표를 던지려고 한다. 이때 여주인공은 찬성해준다면 명문대 다니는 자기 동생이 시숙 아들에게 무료 과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시숙은 찬성으로 마음을 바꾼다.
질부의 직장생활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시숙의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형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여주인공은 시숙 아들에 대한 무료 과외라는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켜 그의 마음을 돌린다. 찬성으로 마음을 바꾼 시숙은 비록 형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무료 과외라는 이득을 얻어 간접적 욕구가 충족된다. 시숙은 질부와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자신의 입장을 바꿔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르고 있었다. 여주인공은 시숙이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간접적 욕구를 공략해서 마음을 바꾸게 했다.
협상을 하면서 상대의 직접적 욕구나 간접적 욕구 중 어느 하나만 충족시켜 타결에 이르기보다는 둘 다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협상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자.
2012년 최종문 대사가 스리랑카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스리랑카에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 현지 방송사에 찾아가 드라마 ‘대장금’ 방영을 권유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드라마를 수입할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여기서 양측의 주장 아래 깔린 직접적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최 대사는 ‘한류 확산’, 방송사는 ‘예산 부족’이었다. 최 대사는 방송사의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통합적 해법을 제안했다.
상대가 승리감을 맛보게 하라
대사관의 예산으로 대장금을 구입해 방송한 뒤 수익이 나면 그 중 40%는 대사관과 나눠 자선사업에 쓰자고 했다. 아울러 프라임 타임에 방영하고, 더빙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문맹률이 높고 자막을 거의 보지 않는 현지의 문화적 습관을 반영한 것이었다. 프라임 타임 방영은 최 대사가 양보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99%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장금을 방영할 때면 전화도 자제하고 주부들이 저녁을 차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스리랑카에 한류 열풍이 일었다. 최 대사는 예산 부족이라는 방송사의 직접적 욕구를 해소시킴과 동시에 자선사업 전개라는 간접적 욕구도 충족시켜 협상에 성공했다.
협상 타결의 열쇠는 상대가 쥐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에게 줘야 한다. 상대가 원하던 것보다 더 많이 줄 때 장기적인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것은 근시안적 처사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협상 상대일수록 한번 보고 마는 경우보다 계속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협상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상대방에게 보복하려 하거나, 다시는 협상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상대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편은 손해를 보는 협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협상에 능한 사람은 상대가 만족한 상태로 협상장을 떠나게 한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내가 더 큰 이익을 봤어!’ 또는 ‘내가 이겼어!’라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상대의 직접적 욕구와 간접적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켜줄 때 상대는 승리감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향후에도 다시 협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권상술 피플앤비즈니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