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6월 26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두 번째 줄 맨 왼쪽)와 김영덕 상무(첫 번째 줄 맨 오른쪽)가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6월 26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두 번째 줄 맨 왼쪽)와 김영덕 상무(첫 번째 줄 맨 오른쪽)가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을 만났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혁신 농업,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기업과 협업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테니, 좋은 기업을 발굴해 달라’는 의미였다. 신 회장은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어했다. 이스라엘 내 스타트업, 신기술 업체, 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이들 기업이 가진 기술을 롯데의 사업 등에 접목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유심히 살펴봤다. 이진성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을 비롯해 관련 계열사 임원들이 신 회장과 함께 첨단기술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의견을 나눴다.

현재까지 82개 스타트업 지원

신동빈 회장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이 이스라엘까지 찾아 스타트업 투자 의지를 보인 것은 롯데에 ‘혁신 DNA’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그는 일찍부터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2016년 2월 설립한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시작이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을 전문적으로 맡겼다. 법인 설립 자금 15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신 회장 개인 자금이다. 2017년 10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했다. 그의 주문은 명확했다.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 기술, 아이디어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국내 스타트업 육성 기관 중 가장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 조사에서 롯데는 스타트업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3위에 올랐다.

지원 프로그램이 워낙 좋은 덕분이었다.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하는 ‘엘캠프’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6개월간 창업 지원금으로 2000만~5000만원을 지원한다.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도 내준다. 법률·세무 등의 전문가 조언도 해준다.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지원의 초점을 맞췄다.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 찾아라"…청년 스타트업 발굴해 전폭 투자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후속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롯데그룹 내 각 계열사 신사업 담당 임직원과 기관투자가 앞에서 사업 설명을 할 수 있는 ‘데모데이’ 참가 기회를 준다. 후속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다. 롯데 계열사들과 사업화와 관련한 협업도 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엘캠프를 거친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72곳에 이른다. 지금은 6기 엘캠프 스타트업을 최종 선발하고 있다. 10월 중 본격적인 지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엘캠프 부산’은 지난 2월 첫 기수를 뽑았다. 현재 10개사가 지원을 받고 있다.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엘캠프 82개사(부산 포함)를 분석한 결과 입주 시점 이들의 기업 가치(벤처캐피털 평가 기준)는 약 1896억원이었다. 지난 8월 말 기준 이 기업 가치는 약 5855억원으로 세 배 가량으로 불어났다. 입주 당시 508명이던 직원 수는 978명으로 92.5% 늘었다.

엘캠프 출신 기업들 급성장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 찾아라"…청년 스타트업 발굴해 전폭 투자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하드웨어, 핀테크,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벌이는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했다. 최근에는 롯데 8개 계열사와 KDB산업은행이 함께 627억원 규모의 ‘롯데-KDB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유통·물류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272억원 규모의 ‘롯데스타트업펀드 1호’를 조성했다. 이 펀드를 통해 현재까지 20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했다. 올 3월 15억원을 투자한 공유주방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4월 20억원을 투자한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엘캠프 1기 출신인 보맵은 2016년 ‘보험지갑 앱’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보맵에 2000만원의 초기 투자금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체계적인 서비스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정교화를 위한 집중 컨설팅도 했다. 보맵은 롯데의 지원에 힘입어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도 했다. 최근 처브 태국 손해보험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내 태국 현지 보험사 JP인슈어런스와 합작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앨캠프 2기 출신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국내 최초 공유주방 서비스인 ‘위쿡(WECOOK)’을 선보였다. 2016년 10월 엘캠프 선발 당시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공유주방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로 위쿡 론칭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위쿡에 입점할 사업자 모집과 부동산 업체 연결에 중점을 두고 지원했다. 공유주방이란 개념이 낯설던 시장에 사업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데모데이, 네트워킹 파티 등을 주최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사업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후속 투자를 했다. 엘캠프 입주 당시 12명이던 심플프로젝트의 임직원은 현재 100여 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은 총 222억원에 달한다. 위쿡을 이용한 ‘푸드 메이커’는 500팀을 넘겼다. 운영 중인 5개 공유주방을 연내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 겸 롯데액셀러레이터 이사회 의장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며 “국내외 우수 스타트업과 적극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롯데그룹 전 사업 분야에 걸친 비즈니스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0명

롯데는 2016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 지원 프로그램 ‘엘캠프’를 거쳐 간 스타트업은 82곳이다. 이들 기업이 창출한 고용은 약 1000명에 달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