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샤프,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25년 수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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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샤프 웰스파고은행 차기 CEO
뱅크원·비자카드 파격 성장 이끌어
위기의 웰스파고 맡아 스승과 경쟁
뱅크원·비자카드 파격 성장 이끌어
위기의 웰스파고 맡아 스승과 경쟁
위기에 빠진 미국 웰스파고은행이 구원투수로 찰스 샤프 뉴욕멜론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시작된다. 팀 슬로안 전 웰스파고 CEO가 지난 3월 이른바 ‘유령계좌 스캔들’로 물러난 지 6개월 만에 공백이 채워지는 것이다.
샤프 CEO의 등판은 미국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웰스파고 CEO직은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대형은행의 리더가 되는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웰스파고는 큰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고객의 동의 없이 350만 개의 가짜 계좌를 개설한 유령계좌 스캔들 때문이다.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 이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 자칫 CEO 본인도 불명예를 안을 수 있는 만큼 그동안 후보로 거론됐던 금융 전문가들도 손사래를 쳤던 자리다.
샤프 CEO는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미국 금융투자업계의 거물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수제자로 알려졌다. 비자카드, 뉴욕멜론은행 등의 금융부문 CEO로 명성을 쌓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샤프 CEO는 그동안 배운 모든 기술과 교훈을 정리해 ‘웰스파고의 리메이크’라는 미국에서 가장 힘든 일을 성취해야 한다”고 평했다.
다이먼 회장과 25년간 동고동락
샤프 CEO는 JP모간을 이끄는 다이먼 회장과 무려 25년간 함께 일했다. 금융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함께였다. 샤프 CEO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4학년생 때 자신의 이력서를 다이먼 회장에게 보냈다. 당시 다이먼 회장은 소형 대부업체인 ‘커머셜크레딧’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이먼 회장의 조수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졸업 후에도 다이먼 회장의 곁에서 일했다. 그는 “모든 미팅에 참여해 다이먼 회장에게 사업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폭넓게 배웠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에서 다이먼 회장과 일한 경험은 샤프 CEO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1993년 다이먼 회장을 따라 씨티그룹으로 옮긴 샤프 CEO는 씨티그룹이 ‘유니버설뱅크’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1998년 트레블러그룹 인수 이후 씨티그룹은 세계 1위 은행 자리에 올랐다.
다이먼 회장도 샤프 CEO를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당시 씨티그룹의 2인자였던 다이먼 회장은 갑작스럽게 해고당했다. 샌디 웨일 씨티그룹 CEO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다이먼 회장이 한순간에 쫓겨난 일화로 유명하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중서부의 뱅크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겨 절치부심했다.
그때 샤프 CEO는 씨티그룹에서 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단연 월스트리트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가 다이먼 회장을 따라 2000년 뱅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좋은 직장과 고연봉을 버리고 시카고에 있는 변두리 은행으로 왜 선택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난 그저 내가 본 최고의 지도자를 따라다녔을 뿐”이라고 했다.
경영난을 겪던 뱅크원은 혁신을 거듭했다. 뱅크원 CFO를 맡은 샤프 CEO는 비효율적인 예금·청산 시스템을 하나의 기술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기존 1700개 은행 대리점은 3년 만에 5000곳으로 늘었다. 2004년 JP모간이 뱅크원을 5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다이먼 회장과 샤프 CEO는 함께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자카드 CEO로 혁신 아이콘
샤프 CEO는 JP모간에서 소매금융서비스부문 CEO를 맡았다. 그는 은행 대리점들의 경쟁을 촉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JP모간은 지점장들에게 9000~1만8000달러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샤프 CEO는 이 폭을 5000~6만5000달러로 크게 늘렸다. 큰 성과를 내면 10만달러 이상의 상여금을 주는 파격적 제도도 새로 내놨다. 이런 혁신으로 JP모간의 신용카드 판매량은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JP모간도 피해갈 수 없었다. JP모간은 92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그래도 다이먼 회장의 보수적인 정책 덕분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피해가 적었다고 샤프 CEO는 회상했다. 그는 “다이먼 회장은 다른 은행을 침몰시킨 부채담보부채권(CDO) 등 파생상품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며 “그는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지켰다”고 감탄했다.
샤프 CEO는 2012년 다이먼 회장의 곁을 떠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최대 발행업체인 비자카드 CEO로 자리를 옮겼다. 샤프 CEO는 자신의 핵심 전략을 그대로 비자카드에 적용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도에 새로운 기술 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또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소매업자들을 위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샤프 CEO가 취임한 지 4년 만에 비자카드 주가는 135% 뛰었다.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 늘었다. 이후 그는 2016년 뉴욕멜론은행 CEO로 자리를 옮겨 본업인 은행업으로 돌아왔다.
스승 다이먼을 뛰어넘을까
샤프 CEO는 이제 다이먼 JP모간 회장과 경쟁 관계가 됐다. 웰스파고는 2015년까지만 해도 JP모간과 미국 내 수익 규모가 비슷했다. 지금은 JP모간이 1등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웰스파고를 추월했다.
미국 금융권에선 샤프 CEO의 성공 포인트를 세 가지로 본다.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 규제당국의 지지를 얻는 것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웰스파고는 아직 유령계좌 스캔들 여파로 미국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작년 2월 웰스파고가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자산을 늘리지 못하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우선 과제는 웰스파고의 불명예를 털어내는 일”이라며 “이자율 하락에 따른 회사 수익 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샤프 CEO의 등판은 미국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웰스파고 CEO직은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대형은행의 리더가 되는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웰스파고는 큰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고객의 동의 없이 350만 개의 가짜 계좌를 개설한 유령계좌 스캔들 때문이다.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 이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 자칫 CEO 본인도 불명예를 안을 수 있는 만큼 그동안 후보로 거론됐던 금융 전문가들도 손사래를 쳤던 자리다.
샤프 CEO는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미국 금융투자업계의 거물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수제자로 알려졌다. 비자카드, 뉴욕멜론은행 등의 금융부문 CEO로 명성을 쌓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샤프 CEO는 그동안 배운 모든 기술과 교훈을 정리해 ‘웰스파고의 리메이크’라는 미국에서 가장 힘든 일을 성취해야 한다”고 평했다.
다이먼 회장과 25년간 동고동락
샤프 CEO는 JP모간을 이끄는 다이먼 회장과 무려 25년간 함께 일했다. 금융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함께였다. 샤프 CEO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4학년생 때 자신의 이력서를 다이먼 회장에게 보냈다. 당시 다이먼 회장은 소형 대부업체인 ‘커머셜크레딧’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이먼 회장의 조수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졸업 후에도 다이먼 회장의 곁에서 일했다. 그는 “모든 미팅에 참여해 다이먼 회장에게 사업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폭넓게 배웠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에서 다이먼 회장과 일한 경험은 샤프 CEO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1993년 다이먼 회장을 따라 씨티그룹으로 옮긴 샤프 CEO는 씨티그룹이 ‘유니버설뱅크’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1998년 트레블러그룹 인수 이후 씨티그룹은 세계 1위 은행 자리에 올랐다.
다이먼 회장도 샤프 CEO를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당시 씨티그룹의 2인자였던 다이먼 회장은 갑작스럽게 해고당했다. 샌디 웨일 씨티그룹 CEO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다이먼 회장이 한순간에 쫓겨난 일화로 유명하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중서부의 뱅크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겨 절치부심했다.
그때 샤프 CEO는 씨티그룹에서 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단연 월스트리트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가 다이먼 회장을 따라 2000년 뱅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좋은 직장과 고연봉을 버리고 시카고에 있는 변두리 은행으로 왜 선택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난 그저 내가 본 최고의 지도자를 따라다녔을 뿐”이라고 했다.
경영난을 겪던 뱅크원은 혁신을 거듭했다. 뱅크원 CFO를 맡은 샤프 CEO는 비효율적인 예금·청산 시스템을 하나의 기술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기존 1700개 은행 대리점은 3년 만에 5000곳으로 늘었다. 2004년 JP모간이 뱅크원을 5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다이먼 회장과 샤프 CEO는 함께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자카드 CEO로 혁신 아이콘
샤프 CEO는 JP모간에서 소매금융서비스부문 CEO를 맡았다. 그는 은행 대리점들의 경쟁을 촉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JP모간은 지점장들에게 9000~1만8000달러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샤프 CEO는 이 폭을 5000~6만5000달러로 크게 늘렸다. 큰 성과를 내면 10만달러 이상의 상여금을 주는 파격적 제도도 새로 내놨다. 이런 혁신으로 JP모간의 신용카드 판매량은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JP모간도 피해갈 수 없었다. JP모간은 92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그래도 다이먼 회장의 보수적인 정책 덕분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피해가 적었다고 샤프 CEO는 회상했다. 그는 “다이먼 회장은 다른 은행을 침몰시킨 부채담보부채권(CDO) 등 파생상품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며 “그는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지켰다”고 감탄했다.
샤프 CEO는 2012년 다이먼 회장의 곁을 떠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최대 발행업체인 비자카드 CEO로 자리를 옮겼다. 샤프 CEO는 자신의 핵심 전략을 그대로 비자카드에 적용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도에 새로운 기술 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또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소매업자들을 위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샤프 CEO가 취임한 지 4년 만에 비자카드 주가는 135% 뛰었다.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 늘었다. 이후 그는 2016년 뉴욕멜론은행 CEO로 자리를 옮겨 본업인 은행업으로 돌아왔다.
스승 다이먼을 뛰어넘을까
샤프 CEO는 이제 다이먼 JP모간 회장과 경쟁 관계가 됐다. 웰스파고는 2015년까지만 해도 JP모간과 미국 내 수익 규모가 비슷했다. 지금은 JP모간이 1등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웰스파고를 추월했다.
미국 금융권에선 샤프 CEO의 성공 포인트를 세 가지로 본다.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 규제당국의 지지를 얻는 것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웰스파고는 아직 유령계좌 스캔들 여파로 미국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작년 2월 웰스파고가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자산을 늘리지 못하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우선 과제는 웰스파고의 불명예를 털어내는 일”이라며 “이자율 하락에 따른 회사 수익 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