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트럼프, Fed 때려도…파월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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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S. 블라인더 <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前 Fed 부의장) >
트럼프의 불만 "파월은 적"
파월 "금리인하는 최후 보루"
트럼프의 불만 "파월은 적"
파월 "금리인하는 최후 보루"
내 친구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나는 응원한다. 그의 올바른 결정과 의사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그가 Fed 책임자로서 단호하고 위엄 있게 ‘허풍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박에 맞서온 방식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파월 의장이 대통령과 충돌한 최초의 Fed 수장은 아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Fed와 서로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경제에 나쁘고, 또 정치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 이전에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당시 몇몇 고위 행정부 관리들은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했다며 Fed 의장을 끈질기게 공격했다. 어느 순간 부시 행정부와 Fed 관계는 너무나 악화됐다. 니컬러스 브래디 당시 재무장관은 그린스펀 Fed 의장과의 주례 조찬을 중단했을 정도였다. 아마 서로 소화불량에 걸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그의 팀은 임기가 만료되는, 비협조적인 폴 볼커 의장을 버릴 것인가에 대해 여러 번 토론했다. 볼커는 최근 자서전에서 1984년 여름 백악관 회의에서 제임스 베이커 당시 비서실장이 “(바로 뒤에 앉아 있던)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을 회상해 적었다. 볼커는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의 오랜 친구 아서 번스 의장이 금융정책과 Fed의 신뢰 손상을 감수했기 때문에 그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 때 시작된 Fed를 공격하지 않는 선례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두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절대 Fed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유지한다며 재닛 옐런 의장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파월 의장을 옐런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후 공공연하고 시끄럽게 파월 의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불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파월 의장을 해임하거나 일반 이사회 멤버로 강등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강등이라는 것은 너무 황당한 이야기여서 Fed에서 그 가능성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좌천시킨다는 것은 ‘(불법 행위로 자신이) 법정에 서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정부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기준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높다는 게 사실일까.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12개월간 수치가 2.4%이고, 기준금리가 연 1.75~2%인데 높다는 것인가. 완전 고용 경제에서 이미 지금 상황은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미국 기준금리가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상황은 그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미국의 실업률은 벤 버냉키, 옐런, 파월 등 역대 Fed 의장들의 능숙한 통화정책 덕분에 5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여전히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의 마이너스 금리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의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생각인 것 같다. 미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파월 의장과 Fed에 책임을 돌리며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책임은 포괄적으로 대통령이 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급하게 하강한다면 가장 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꼽을 것이다. 통화정책도 관세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
Fed는 최근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험’으로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 침체 징후는 지금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에 가까운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금리 인하에 대한 찬반 주장은 각각의 논리가 있다. 하지만 역사는 파월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를 놓고 논쟁한 것에 대해 누가 옳았는지 증명할 것이다.
Fed의 금리 인하는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그 탄약은 한정돼 있다. 경기가 하강하는 진짜 징조들이 보일 때까지 탄약을 아껴두는 것이 현명하다. 때가 되면 Fed는 그 탄약을 아낌없이 쓸 것이다.
원제=When Presidents Pummel the Fed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파월 의장이 대통령과 충돌한 최초의 Fed 수장은 아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Fed와 서로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경제에 나쁘고, 또 정치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 이전에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당시 몇몇 고위 행정부 관리들은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했다며 Fed 의장을 끈질기게 공격했다. 어느 순간 부시 행정부와 Fed 관계는 너무나 악화됐다. 니컬러스 브래디 당시 재무장관은 그린스펀 Fed 의장과의 주례 조찬을 중단했을 정도였다. 아마 서로 소화불량에 걸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그의 팀은 임기가 만료되는, 비협조적인 폴 볼커 의장을 버릴 것인가에 대해 여러 번 토론했다. 볼커는 최근 자서전에서 1984년 여름 백악관 회의에서 제임스 베이커 당시 비서실장이 “(바로 뒤에 앉아 있던)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을 회상해 적었다. 볼커는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의 오랜 친구 아서 번스 의장이 금융정책과 Fed의 신뢰 손상을 감수했기 때문에 그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 때 시작된 Fed를 공격하지 않는 선례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두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절대 Fed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유지한다며 재닛 옐런 의장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파월 의장을 옐런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후 공공연하고 시끄럽게 파월 의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불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파월 의장을 해임하거나 일반 이사회 멤버로 강등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강등이라는 것은 너무 황당한 이야기여서 Fed에서 그 가능성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좌천시킨다는 것은 ‘(불법 행위로 자신이) 법정에 서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정부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기준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높다는 게 사실일까.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12개월간 수치가 2.4%이고, 기준금리가 연 1.75~2%인데 높다는 것인가. 완전 고용 경제에서 이미 지금 상황은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미국 기준금리가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상황은 그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미국의 실업률은 벤 버냉키, 옐런, 파월 등 역대 Fed 의장들의 능숙한 통화정책 덕분에 5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여전히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의 마이너스 금리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의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생각인 것 같다. 미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파월 의장과 Fed에 책임을 돌리며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책임은 포괄적으로 대통령이 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급하게 하강한다면 가장 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꼽을 것이다. 통화정책도 관세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
Fed는 최근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험’으로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 침체 징후는 지금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에 가까운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금리 인하에 대한 찬반 주장은 각각의 논리가 있다. 하지만 역사는 파월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를 놓고 논쟁한 것에 대해 누가 옳았는지 증명할 것이다.
Fed의 금리 인하는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그 탄약은 한정돼 있다. 경기가 하강하는 진짜 징조들이 보일 때까지 탄약을 아껴두는 것이 현명하다. 때가 되면 Fed는 그 탄약을 아낌없이 쓸 것이다.
원제=When Presidents Pummel the Fed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